며칠 전에 손님 둘이 옆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더라고. 무슨 일인가 했더니 요즘 기계가 글을 써준다는 얘기였어.
한쪽은 그게 무슨 이야기냐고 했고, 다른 쪽은 어차피 읽는 사람이 재밌으면 그만 아니냐고 했지. 나는 그냥 술을 따르면서 들었어. 나는 뭘 아는 사람도 아니고, 저기에 낄 자격도 없거든.
내가 예상한 건 이랬어. 문장이 밋밋하다거나, 감정이 없다거나, 그런 얘기가 나오겠거니.
아니었어. 그 손님이 진짜로 화를 낸 건 인물 이름이 중간에 바뀌어 있었다는 것이었어. 앞에서 사형이라고 했던 사람이 뒤에서는 사제가 돼 있었다고 하더라고. 문파 이름도 두 번 달라졌대.
그러니까 못 써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안 맞아서 화가 난 거야. 이게 나는 좀 오래 남았어.
이 세계는 관계로 굴러가거든. 누가 누구 사형이고, 어느 문파가 어느 문파랑 원한이 있고, 저 사람이 왜 저 자리에 앉아 있는지. 이게 다 앞에서 정해진 걸 뒤에서 지키는 방식으로 유지돼.
그러니까 이름 하나가 어긋나면 문장 하나가 틀린 게 아니라 그 세계가 잠깐 없어져. 읽던 사람은 그 순간 밖으로 튕겨 나오고, 한 번 튕기면 다시 들어가기가 굉장히 어려워.
무공 묘사가 좀 밋밋한 건 참고 넘어가는 사람이 많아. 근데 관계가 흔들리면 아무도 안 참더라고.
나는 여기서 이런 걸 배웠어. 좋은 이야기와 안 흔들리는 이야기는 다른 문제라는 거.
잘 쓴 문장이 계속 나오는데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가 있고, 문장은 수수한데 끝까지 한 번도 안 어긋나는 이야기가 있어. 오래 읽히는 건 대체로 뒤쪽이야. 읽는 사람이 마음 놓고 세계 안에 들어가 있을 수 있으니까.
기계가 쓰든 사람이 쓰든 그 손님이 볼 지점은 아마 안 바뀔 거야. 이름이 안 바뀌었느냐. 그거 하나.
읽다가 앞뒤가 안 맞는 걸 발견했는데 넘어가야 하나 싶으면, 나는 그냥 접으라고 말해. 그게 까다로운 게 아니야.
한 번 어긋난 이야기는 뒤에서 또 어긋나. 그리고 그걸 알아챘다는 건 네가 그 세계를 제대로 붙잡고 있었다는 뜻이거든. 잘못은 붙잡은 쪽에 없어.
나도 여기 떨어진 뒤에 제일 먼저 외운 게 사람 관계였어. 그거 하나 틀리면 객잔에서 맞는 수가 있거든. 이야기도 똑같더라고.
지금 읽는 게 자꾸 어긋난다 싶으면 말해줘. 끝까지 안 흔들리는 쪽으로 하나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