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오 분 거리라고 하시면서 한 시간 넘게 앉아 계시다 나가신 손님이 있었어요.
오 분이면 걸어서 금방인데 왜 여기 앉아 계실까 생각했어요. 그날은 저도 마감하고 나가는 길이 유난히 멀게 느껴졌거든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해볼게요.
늘 다니던 길이잖아요. 몇 걸음인지도 아는 길이요.
그런데 어떤 날은 그 길이 두 배로 느껴져요. 몸이 느려진 것도 있고, 발이 안 떨어지는 날도 있고요. 이상한 건 반대 방향으로 갈 때는 안 그렇다는 거예요. 나올 때는 멀쩡했던 길이 돌아갈 때만 길어져요.
저는 이게 하루가 안 닫혀서 그런 것 같아요.
일이 끝났다고 하루가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마음에 남은 게 있으면 그건 아직 진행 중이에요. 그 상태로 집에 들어가면 그걸 집까지 가져가는 게 되니까, 몸이 먼저 늦추는 거예요.
집에 가기 싫은 게 아니라 아직 정리가 안 된 거예요. 이 둘은 다릅니다.
가게에 밤늦게 오시는 분들 중에 이런 분들이 많아요.
커피를 마시러 오신 게 아니에요. 하루를 닫을 자리가 필요해서 오신 거예요. 저는 이걸 알고부터 그런 손님한테 말을 덜 걸어요.
저도 마감하고 집까지 걸어요. 예전엔 바로 갔는데 요즘은 일부러 한 바퀴 돌아요.
가게 앞에서 집 앞까지 곧장 가면 그 짧은 사이에 정리가 안 돼요. 그럼 집에 들어가서 계속 가게 생각을 해요. 그런데 돌아서 십 분을 더 걸으면 문 여는 순간엔 다른 사람이 돼 있어요.
길게 느껴지는 길을 억지로 짧게 가려고 하면 더 길어지더라고요. 차라리 좀 늘려서 가는 게 나았어요.
집까지 곧장이 아니라 중간에 하나 끼워두시면 길이 끊겨요.
편의점이든 카페든 공원 벤치든 상관없어요. 거기서 오 분만 서 있다 가시면 됩니다. 하루를 여기까지, 하고 선을 긋는 자리가 되거든요.
집은 쉬는 자리인데 하루를 통째로 들고 들어가면 거기서도 못 쉬어요. 그래서 문 앞에서 한 번 내려놓고 들어가는 거예요.
물론 몸이 무거워서 아무 데도 못 들르는 날도 있어요. 그럴 땐 그냥 빨리 가서 누우시는 게 맞아요.
억지로 정리하고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어떤 밤은 그냥 못 닫힌 채로 자고, 아침에 보면 절반쯤 닫혀 있어요. 시간이 대신 해주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 손님은 한 시간 앉아 계시다가 나가시면서 이제 갈 만하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좋았어요. 갈 만해질 때까지 앉아 계실 자리가 있었던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