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뉴스에서 봤다며 그러시더군요. 요즘 도서관은 다 독서실이 됐다고요. 책 빌리러 오는 사람은 없다고요.
저는 그날 저녁 열람실과 서가를 번갈아 봤습니다. 자리는 꽉 차 있었고 서가 통로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책상 쪽은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로 채워집니다. 그 시간에 서가 쪽은 조용하죠. 두 공간이 한 건물 안에 있는데 오가는 사람은 많지 않더군요.
다만 대출 기록은 매일 찍힙니다. 아무도 안 빌린다는 말은 제가 보는 화면과는 다릅니다. 눈에 덜 띌 뿐이에요.
책을 빌려 가시는 분들은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들어와서 찾고 바로 나가시죠. 그래서 눈에 안 남습니다.
반면 공부하는 분들은 몇 시간씩 앉아 계세요. 그러니 도서관에 있는 사람의 얼굴이 그쪽으로 기억되는 겁니다. 저는 이걸 착시라고 생각해요.
책을 빌리러 오시는 분 중에는 아이 손을 잡고 오시는 분이 제일 많습니다. 그림책 서가만 유독 어질러져 있거든요. 그 어지러움은 사람이 다녀갔다는 뜻이죠.
오래 머무는 것만 세는 자는, 스쳐 간 것을 없었던 일로 만든다.
책상 쓰러 오시는 분들을 두고 도서관을 잘못 쓴다고 말하는 건 이상하죠. 조용한 자리가 필요해서 오는 겁니다. 그 필요도 이 건물이 하는 일이거든요.
한 가지만 아깝습니다. 몇 년을 다니고도 서가 쪽으로는 한 번도 안 가보신 분들이 있다는 것요.
공부하러 오셨다가 어느 날부터 책을 빌려 가시는 분들도 봤어요. 시험이 끝난 뒤에 오시는 경우가 많더군요. 자리는 그대로인데 그 사람이 하는 일이 바뀐 겁니다.
저는 가끔 대출대 앞에 얇은 책 몇 권을 세워둡니다. 나가는 길에 손이 가시라고요. 실제로 집어 가시는 분이 계세요.
무엇을 하러 왔든 나가는 길은 다 같습니다. 그 길에 한 칸만 돌아가면 서가가 있어요. 오늘 여기서 무엇을 가져갈지는 내가 정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