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는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게을러서요."
대부분 틀린 말이겠지요. 게으름과 무기력은 방향이 반대입니다.
게으름은 하기 싫은 겁니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마음이 안 갑니다. 대신 다른 걸 합니다. 누워서 영상을 보든 게임을 하든, 어쨌든 뭔가는 즐겁습니다.
무기력은 하고 싶은데 안 되는 겁니다. 해야 하는 것도 알고 하고 싶기도 한데 몸이 안 움직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신 하는 것도 재미가 없습니다.
이게 구분점입니다. 저는 이렇게 여쭙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딴짓은 재미있으십니까."
재미있다면 게으름 쪽입니다. 재미도 없는데 계속하고 있다면 그건 게으름이 아닙니다.
처방이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게으름에는 압박이 듣습니다. 마감을 정하거나 남에게 알리거나 환경을 바꾸면 움직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결하신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무기력에 압박을 가하면 더 나빠집니다. 이미 하고 싶은데 안 되는 상태인데 "해라"를 얹으면 못 하는 자신을 확인하는 일만 늘어납니다. 그러면 다음번엔 시작조차 안 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무기력에 게으름 처방을 씁니다. 자기를 몰아붙입니다. 틀린 이름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안 나아지니까 "나는 의지가 약하다"는 결론까지 갑니다. 두 번 틀리는 겁니다.
제가 자주 보는 것이 있습니다.
무기력을 호소하는 분들 중에는 오래 성실했던 분이 많습니다. 게으름을 한 번도 허락하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아무것도 못 하게 됩니다.
당연합니다. 게으름은 쉬는 기능이기도 하니까요. 그 기능을 계속 꺼두면 다른 방식으로 멈추게 됩니다. 몸이 스스로 스위치를 내리는 겁니다.
그러니 무기력한 상태에서 "내가 게을러졌다"고 말씀하시는 건, 제가 보기에는 정확히 거꾸로입니다.
"나는 게을러서 아무것도 못 한다"와 "나는 지금 무기력하다"는 완전히 다른 문장입니다.
앞의 문장은 성격에 대한 판결입니다. 성격은 안 바뀌니까 희망이 없습니다. 뒤의 문장은 지금 상태에 대한 서술입니다. 상태는 지나갑니다.
같은 상황인데 하나는 무기징역이고 하나는 날씨입니다. 이름 하나 차이입니다.
이래서 제가 이름에 집착합니다. 이름을 붙이면 반드시 작아집니다. 이건 제 확신입니다.
다만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몇 주 이상 이어지고 있거나, 잠과 식사가 무너졌거나, 좋아하던 것이 전부 시들해졌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합니다. 그 이상은 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아무것도 못 하고 계시다면 하나만 확인해보시죠. 딴짓이 재미있으신지.
재미없는데 계속하고 계신다면, 그건 게으름이 아닙니다. 이름부터 바꾸시죠. 그다음 얘기는 그다음에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