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 처리된 책과 똑같은 판본을 구해 오신 분이 있었습니다. 표지만 새것이었어요. 잃어버린 걸 그대로 되돌려놓고 싶으셨던 거죠.
저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책은 물건인데 물건으로만 끝나지 않더군요.
책값 자체는 대개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오래 남죠. 빌려줄 때 우리는 책만 건넨 게 아니거든요.
이건 너한테 맞을 것 같다는 판단, 이 정도는 믿는다는 표시가 같이 갔습니다. 안 돌아오면 그 표시가 붕 뜨는 겁니다.
책을 잃어버리는 분들을 매일 봅니다. 대부분 훔치려던 게 아니라 그냥 잊은 거예요. 어딘가 놓아두고 그 위에 다른 것들이 쌓인 거죠.
빌린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소유물처럼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오래될수록 돌려주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미안해서 못 꺼내는 겁니다.
분실 신고를 하러 오시는 분들은 표정이 다 비슷합니다. 책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자기가 못 지킨 것 같아서죠. 저는 그럴 때 절차만 말씀드립니다.
잊힌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아무도 세지 않을 뿐이다.
돌려달라고 말하면 옹졸해 보일까 봐 참는 분들이 많습니다. 참으면 책은 안 돌아오고 감정만 남죠.
한 줄로 물어도 됩니다. 그 책 아직 갖고 있느냐고요. 대개는 상대도 그 얘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
돌려받지 못한 책이 하나 있으면 그다음부터 아무에게도 안 빌려주게 되는 분들도 있어요. 한 번의 일로 문을 다 닫는 겁니다. 잃은 게 책 한 권에서 끝나지 않는 셈이죠.
저는 도서관에서 일하니 기한을 정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기한이 있으면 관계가 상하지 않습니다. 물어보는 게 추궁이 아니라 절차가 되니까요.
돌아오지 않은 책은 아쉽지만 거기서 끝내도 됩니다. 다음에 누구에게 무엇을 빌려줄지, 그리고 언제까지로 할지는 제가 정하면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