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쯤 전에 분실물을 찾아드린 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이 어느 날 음료 하나를 두고 가셨어요. 말없이요.
저는 한참 뒤에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어요. 그때 인사를 제대로 못 하신 게 마음에 남으셨던 거죠.
고마운 순간에는 정신이 없죠. 상황을 수습하느라 인사가 뒤로 밀리죠.
정신을 차리고 나면 이미 며칠이 지나 있어요. 그때부터는 새삼스러워서 못 하게 되고요. 그렇게 못 한 인사가 사람마다 몇 개씩은 있더군요.
늦어서 안 하는 것보다 늦게라도 하는 쪽이 낫죠. 받는 쪽에서는 시점보다 기억됐다는 사실이 크거든요.
반년이 지나서 온 그 음료가 저에게 그랬습니다. 그때 일을 기억하고 계셨다는 게 인사 자체보다 오래 남았어요.
늦게 도착한 말은 늦은 말이 아니다. 아직 오지 않은 말만이 늦은 것이다.
제대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을 못 해요. 뭘 사야 할지 정하다 또 몇 달이 지나죠.
한 줄이면 됩니다. 그때 고마웠다고요. 형식을 갖추려는 마음이 실제로는 인사를 막고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반대로 내가 해준 일에 인사를 못 받아 서운할 때도 있죠. 그때도 상대가 잊은 게 아닐 수 있어요.
말을 못 찾고 있을 뿐인 경우를 저는 여러 번 봤어요. 그래서 안 왔다고 바로 관계를 접지 않게 됐습니다.
인사를 못 한 채로 지나간 사람이 늘어나면 그 사람들 앞에서 괜히 작아집니다. 실제로는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는데도요. 그 무게는 대부분 내가 혼자 지고 있는 것이더군요.
그분은 그 뒤로 오실 때마다 목례를 하세요. 저도 같이 하고요.
그 짧은 인사가 반년 전 일을 계속 살아 있게 합니다. 무엇을 언제 전할지는 결국 내가 정하는 일이고, 오늘 정하면 오늘 도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