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에 앉으면 이 말을 참 자주 들어. 이제 와서 뭘 하겠냐는 말.
한 아저씨는 배우고 싶은 게 있는데 나이가 걸린다고 했어. 어떤 아주머니는 자식이 크고 나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젊은 축도 그래. 스물몇에 벌써 늦었다는 얘기를 해.
나는 그럴 때마다 뭐라 답을 못 해. 나도 여기 떨어지기 전엔 똑같이 생각했거든.
몇 해 전에 근처에서 무공을 가르치는 자리가 열린 적이 있어. 문파도 아니고 그냥 동네 노인이 아침마다 마당에서 가르치는 거였지.
거기 열댓 명이 붙었어. 대부분 젊은 축이었고,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마흔 넘은 표사 하나였어. 다들 저 사람은 오래 못 갈 거라고 했지. 나도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고.
석 달 지나니까 젊은 축은 거의 다 그만뒀어. 그리고 그 표사는 이태째 새벽마다 나오더라고.
궁금해서 술 한 잔 하면서 물어봤어. 힘들지 않냐고.
그 사람이 이러대. 자기는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고. 젊은 애들은 이거 아니면 저거 하면 되니까 안 되면 그만두는데, 자기는 그만두면 갈 데가 없다고.
그리고 하나 더 말하더라. 자기는 늘지 않는 걸 견딜 줄 안다고. 젊을 땐 안 늘면 화가 나서 못 견뎠는데, 이 나이 되니까 원래 안 느는 구간이 있다는 걸 안다는 거야.
나는 그 말이 오래 남았어.
여기 얘기를 좀 하면, 무협에서도 늦게 시작한 인물이 나와. 흔치는 않은데 나오면 대체로 인상이 강해.
그 사람들은 대개 몸이 다 굳은 뒤에 시작해서 화려한 걸 못 해. 대신 하나를 오래 파. 그래서 초식이 몇 개 없는데 그 몇 개가 아주 단단하지.
이야기 안에서도 이 인물들은 대체로 안 꺾여. 이미 한 번 꺾여본 사람들이라 그래. 재능으로 올라온 애들이 처음 지고 무너질 때, 이 사람들은 그냥 다음 날도 나와.
그래서 요즘은 늦었다는 손님한테 이렇게 말해. 늦게 시작하면 속도는 지는데 지구력은 이긴다고.
그게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야. 내가 마당에서 본 게 그거였거든. 이 년 뒤에 남아 있는 사람은 제일 빨랐던 사람이 아니라 제일 늦게 붙은 사람이었어.
물론 나는 뭘 아는 사람이 아니야. 그냥 잔 닦으면서 본 것만 말하는 거지.
나도 여기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축이야. 남들 다 아는 걸 하나도 몰랐거든. 지금도 모르는 게 많고. 근데 아직 안 그만뒀어. 그거 하나는 쳐줄 만하지.
늦게 시작한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가 보고 싶으면 말해줘. 그 결로 하나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