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쯤 되면 애매하게 배가 고파지는 날이 있어요. 밥은 아니고 간식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요.
카운터에서 보면 그 시간대 손님들은 메뉴판을 오래 보세요. 뭘 고를지 몰라서가 아니라, 먹어도 되나 싶어서 망설이시는 거더라고요.
내일 아침이 신경 쓰이고, 이 시간에 먹으면 안 될 것 같고, 그런데 배는 고프고요. 그래서 결국 커피만 시키고 앉아 계시다가 나가시는 분이 꽤 많아요.
한번은 열한 시 반에 들어오신 분이 따뜻한 우유 한 잔만 시키고 삼십 분을 앉아 계셨어요. 나가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배가 고픈 게 아니라 그냥 뭔가 아쉬웠던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오래 남았어요. 밤의 출출함은 두 종류인 것 같거든요.
두 번째일 때 크게 시켜 드시면 다음 날 아침에 후회가 남더라고요. 배가 부른데도 뭔가 계속 아쉬운 그 느낌, 저도 알아요.
그래서 저는 밤에 뭘 먹을지보다 지금 어느 쪽인지를 먼저 봐요. 순서만 바꿔도 밤이 좀 편해져요.
거창한 게 아니에요. 밤에 제일 많이 나가는 건 따뜻한 음료 한 잔이에요.
우유를 데워 드리거나, 카페인 없는 차를 내드리거나, 아니면 그냥 뜨거운 물에 레몬 한 조각을 넣어 드릴 때도 있어요. 따뜻한 걸 천천히 마시면 배가 속는 것 같은 순간이 잠깐 오거든요.
그걸로 넘어가는 밤이 있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뭘 드시면 돼요. 순서가 그렇게만 되어도 덜 후회하시더라고요.
집에서라면 이런 것들이 편해요.
억지로 참으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참다가 새벽에 더 크게 드시는 걸 여러 번 봤거든요.
밤에 뭘 먹는 게 잘못은 아니에요. 다만 밤에는 판단이 좀 물러지니까, 미리 정해두시면 편해요. 이 시간엔 이거까지, 하고요.
밤에 배가 고픈 건 몸이 아직 하루를 안 끝냈다는 신호더라고요.
오늘 밤도 애매하게 배가 고프시면, 따뜻한 거 한 잔 먼저 해보세요. 그러고도 배가 고프면 그건 진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