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창 쓰는 주인공 나오는 거 있냐고 묻더라고. 옆자리까지 달라붙어서 셋이 세 개밖에 못 댔어.
이상하지. 창은 실제로 제일 세다는 병기잖아. 근데 무협에서는 대개 조연이 들어. 이유가 있어.
먼저 이것부터 짚고 가자. 진짜 싸움에서는 긴 게 유리해.
닿는 거리가 길면 상대가 들어오기 전에 먼저 찌를 수 있잖아. 그래서 전장에서는 창이 기본이었어. 검은 오히려 부무장에 가까웠고.
그러니까 무협이 검을 앞세우는 건 세서가 아니야. 다른 이유가 있는 거지.
활 얘기를 전에 했잖아. 활잡이 주인공이 없는 게 거리를 벌리는 병기라서라고.
창도 결이 비슷해. 정도가 약할 뿐이지 상대를 밀어내는 병기야. 무협의 대결은 붙어서 하는 대화인데, 창은 그 거리를 안 만들어줘.
세 번째가 커. 싸우면서 말이 오가고 서로 인정하는 장면이 무협의 핵심인데, 그게 안 나오는 거지.
두 번째 이유가 더 실질적이야. 무협에서 싸움이 어디서 나냐면 대개 좁은 데야.
객잔 안, 골목, 방 안, 숲속. 창은 이런 데서 못 휘둘러. 천장에 걸리고 벽에 부딪혀. 그래서 이야기가 벌어지는 자리랑 병기가 안 맞아.
객잔이 왜 첫 장면으로 자주 나오는지를 생각해보면 이게 바로 보여. 모르는 사람들을 한 상에 앉히려면 실내여야 하는데, 실내에서는 긴 병기가 무용지물이야.
봉은 좀 달라. 소림이 봉을 쓰니까 자리는 있어.
그런데 봉은 안 죽이는 병기야. 날이 없으니까. 그래서 생사결에 안 어울려. 비무와 생사결이 다르다고 했잖아. 봉은 앞쪽 자리야.
그리고 이미지가 정해져 있어. 봉을 들면 수도승이거나 늙은 고수야. 젊은 주인공이 들기엔 그림이 안 맞지. 병기를 고르면 성격이 정해진다는 게 여기서도 그대로야.
여기가 재밌는 대목인데, 장병기가 조연 몫인 게 이야기에 도움이 돼.
주인공이 검으로 못 뚫는 상대를 조연이 창으로 밀어붙이는 장면 있잖아. 그러면 주인공한테 없는 걸 조연이 채워주는 그림이 나와. 무공 상성 얘기랑 같은 원리지.
그리고 여럿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장병기가 앞줄에 서. 문파끼리 붙는 큰 싸움을 그릴 때 그림이 살아나거든. 개인전은 검, 단체전은 창. 이렇게 나눠 쓰는 거야.
활 얘기 할 때랑 같은 말을 할게. 규칙에서 벗어난 병기를 든 인물은 대개 뭔가를 뒤집으려는 거야.
군대에서 왔거나, 무림 밖에서 온 놈이거나, 정면으로 붙는 걸 일부러 피하는 처지거나. 병기 선택 하나가 그 인물의 사정을 말해줘.
병기 하나 말해봐. 그거 쓰는 인물 있는 걸로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