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납기가 고장 난 날이 있었습니다. 줄이 밀렸는데 아무도 화를 내지는 않으셨어요. 표정만 하나씩 굳어가더군요.
그중 한 분은 나가시면서 문을 세게 닫으셨습니다. 반납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작은 일에 크게 반응했다면 대개 그 일이 마지막 하나였던 겁니다. 앞에 이미 여러 개가 쌓여 있었던 거죠.
그래서 나중에 돌아보면 스스로도 이상합니다. 그것 때문에 그렇게까지 했나 싶어지고요. 사건이 아니라 누적이 원인이라 그렇습니다.
짜증이 잘 나는 날을 보면 둘 중 하나더군요. 몸이 지쳐 있거나, 이렇게 될 거라 생각한 게 어긋났거나요.
기계가 될 줄 알았는데 안 되는 일요. 그 어긋남 자체가 힘을 씁니다. 계획을 다시 짜야 하니까요.
사소한 것에 무너지는 날은 약해진 날이 아니라, 이미 오래 버틴 날이다.
그 자리에서 참는 건 필요합니다. 다만 참은 걸 그대로 안에 두면 다음 사람에게 나가더군요. 문을 세게 닫는 식으로요.
그러니 참았으면 어딘가에서는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걷거나 적거나 누구에게 말하거나요. 저는 폐관하고 열람실을 한 바퀴 돕니다.
밀린 줄 앞에서 창구 사람을 탓하기는 쉽습니다. 그런데 대개 그 사람도 고장 난 기계 앞에 있는 거죠.
원인을 사람으로 정해두면 감정이 오래 갑니다. 상황으로 두면 그 자리에서 끝나고요. 이건 제가 창구에서 배운 것입니다.
그날 저는 퇴근하면서 그날 있었던 어긋난 일을 세어봤습니다. 여섯 개였어요.
여섯 개를 지나온 사람이 일곱 번째에 굳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정확히 알면, 그다음을 어떻게 할지는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