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오 분 거리에 사시는 손님이 계세요. 그런데 거의 매일 밤 나오셔서 한 시간쯤 앉아 계시다 가세요.
한번은 여쭤봤어요. 집이 코앞인데 왜 나오시냐고요. 웃으시면서 그러시더라고요. "집에 있으면 계속 집에 있게 돼서요."
이 얘기를 꺼내면 다들 먼저 그걸 말씀하세요. 집이 싫은 건 아니라고요.
집은 쉬는 데인데, 그 안에 자는 자리랑 밥 먹는 자리랑 일하는 자리가 다 같이 있잖아요. 그러면 어디에 앉아도 다른 게 눈에 들어와요. 개어야 할 빨래가 보이고, 안 씻은 그릇이 보이고, 어제 앉았던 자리에 오늘도 앉고요.
쉬려고 앉았는데 할 일이 계속 보이는 자리에서는 잘 안 쉬어져요. 그래서 나오시는 거예요.
가게에서 보면 나오시는 분들은 대개 이 셋 중 하나예요.
셋 다 이유는 다른데 하는 건 같아요. 문 하나를 넘어서 다른 공기 속에 앉아 있는 것. 그거 하려고 나오시는 겁니다.
여기가 꼭 카페일 필요도 없어요.
편의점 앞이어도 되고 공원 벤치여도 되고 그냥 동네 한 바퀴여도 돼요. 손님들 얘기 들어보면 어디로 가느냐보다 나갔다는 사실 자체가 일을 하는 것 같아요.
다만 앉을 데가 있으면 더 좋기는 하대요. 서 있으면 계속 다음 걸 생각하게 되는데 앉으면 그게 멈춘다고요.
가끔 미안해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매일 와서 죄송하다고요.
전혀 그러실 일 아니에요. 가게 입장에서도 반갑고요. 그리고 저는 그게 아주 건강한 습관이라고 생각해요. 답답한 걸 참고 앉아 있는 것보다, 나와서 한 시간 앉았다 들어가시는 게 훨씬 낫잖아요.
돈 안 드는 방법도 많아요. 저는 손님들한테 굳이 뭘 시키지 말고 그냥 나와서 걷다 들어가시라고도 말씀드려요.
나왔다 들어가면 같은 집인데도 좀 넓어져요. 이상하게 그렇더라고요.
그 손님은 요즘도 매일 오세요. 늘 같은 자리에 한 시간쯤 계시다가, 나가시면서 "이제 들어가서 자야죠" 하십니다.
그 한마디 하려고 나오시는 것 같기도 해요. 하루를 끊는 말이 필요한 거죠. 오늘 집이 답답하시면 나오세요. 한 시간이면 충분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