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벌 중에 무엇을 살지 사흘을 재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결국 처음부터 마음에 두었던 쪽을 사고 나오셨지요.
그 사흘은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망설임이었습니다.
고민은 정보가 없는 상태입니다. 아직 답이 안 정해졌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면 진도가 나갑니다. 조건을 비교하고, 물어보고, 따져보면 어느 쪽인지 조금씩 좁혀집니다.
망설임은 정보가 아니라 무게의 문제입니다. 답은 이미 안에 있습니다. 다만 그 답을 실행했을 때 감당해야 할 것이 있어서 발이 안 떨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고민은 알아볼수록 줄고, 망설임은 알아봐도 안 줄어듭니다. 며칠째 같은 자리라면 대개 후자입니다.
고민에서의 시간은 일을 합니다. 몰랐던 것이 채워지니까요. 사흘 뒤의 나는 사흘 전의 나보다 더 아는 사람입니다.
망설임에서의 시간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 같은 재료를 계속 다시 돌릴 뿐이지요. 대신 다른 것이 쌓입니다. 피로와 자기 불신입니다. 결정을 못 하는 사람이라는 판정이 옆에서 같이 자랍니다.
그래서 망설임을 고민이라고 부르는 대가가 생각보다 큽니다. 시간을 쓰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 시간이 헛돈 만큼 자기 평가가 깎이니까요.
지금 그 자리를 두고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동전을 던져서 한쪽이 나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습니까?
두 번째로 답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다시 던지고 싶다는 마음이 곧 답이 이미 있다는 증거지요.
망설임 뒤에는 대개 잃을 것 하나가 있습니다. 돈일 수도 있고, 안 골라진 쪽에 대한 미련일 수도 있고, 골랐다가 틀렸을 때 들을 말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자주 걸리는 자리가 있습니다. 그 잃을 것을 안 보고 계속 비교표만 다시 만드시는 겁니다. 비교표는 고민의 도구인데 망설임에 쓰고 계신 거지요. 도구가 상황에 안 맞으면 아무리 성실히 써도 진도가 안 나갑니다.
고민 쪽이면 할 일은 알아보는 것입니다. 다만 알아볼 항목을 미리 적어 두시는 게 좋습니다. 항목 없이 알아보면 그건 알아보는 게 아니라 미루는 것이 되기 쉽습니다.
망설임 쪽이면 할 일은 다릅니다. 무엇을 잃는지 한 줄로 적는 것입니다. 적히면 크기가 보이고, 크기가 보이면 감당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그 자리에서 판정됩니다. 감당 못 할 크기면 안 하는 게 맞는 결정이고, 감당할 크기면 오늘 하시면 됩니다.
어느 쪽이든 사흘이 더 필요하지는 않겠지요.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며칠째 같은 자리에 계시다면 하나만 확인하시죠. 그동안 새로 알게 된 것이 있습니까. 없으면 그건 고민이 아니었습니다.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