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친구가 온다며 청소 순서를 종이에 적어 오신 손님이 계셨어요. 접힌 메모를 펴서 보여주시는데 여덟 줄이 적혀 있었어요.
반가운 친구라고 하셨거든요. 반가운데 왜 이렇게 준비가 무거워졌을까요.
가게는 안 그래요. 카운터 뒤는 안 보이게 되어 있고, 창고도 문이 닫혀 있어요. 손님은 제가 보여드리기로 한 부분만 보세요.
집은 그게 안 돼요. 냉장고 안, 싱크대 위, 책상 옆에 쌓인 것들이 다 나에 대한 말이 됩니다. 그래서 사람이 오는 게 아니라 내가 검사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긴장되는 게 이상한 게 아니에요. 실제로 평소보다 많이 보여주는 게 맞으니까요.
매일 하다 보니 알게 된 게 있어요. 손님은 생각보다 안 봐요.
가게 청소를 얼마나 잘했는지로 그날을 기억하시는 분은 거의 없어요. 대신 기억하시는 건 앉은 자리가 편했는지, 말 걸기가 어렵지 않았는지, 나가실 때 마음이 어땠는지예요.
집도 같을 거예요. 친구분이 기억하실 건 정리 상태가 아니라 그날 무슨 얘기를 했는지일 겁니다.
그날 저는 손님 메모를 같이 보면서 이렇게 줄여드렸어요.
이 셋만 되면 나머지는 안 하셔도 돼요. 앉을 데가 있고, 씻을 데가 깨끗하고, 손에 뭔가 쥐여드릴 게 있으면 사람은 편해집니다. 가게에서 제가 하는 것도 사실 이 셋이에요.
책장 정리나 서랍 안은 아무도 안 열어봐요. 그건 나중에 나를 위해서 하시면 됩니다.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요. 너무 반듯한 자리에서는 사람이 오래 못 앉아 있어요.
가게에서도 그래요. 새로 청소한 날은 손님들이 컵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세요. 며칠 지나 자연스러워지면 그때부터 오래 앉아 계시고요.
그러니까 조금 사는 티가 나는 집이 더 편할 수 있어요. 읽던 책이 펼쳐져 있고, 마시던 컵이 하나 나와 있는 정도요.
잘 보이려고 치우면 손님이 조심스러워져요. 잘 있게 하려고 치우면 편해지고요. 같은 청소인데 결과가 달라요.
준비는 다 했는데 자꾸 뭐가 남은 것 같은 밤이 있어요. 저도 큰 예약이 잡힌 날 전날에 그래요.
그럴 땐 저는 그냥 잡니다. 아침에 십오 분이면 되는 걸 밤에 두 시간 붙잡고 있는 거거든요. 밤에는 남은 게 다 커 보여요.
그 손님은 다녀가시고 나서 그러시더라고요. 친구가 온 지 십 분 만에 소파에 누웠다고요. 여덟 줄까지는 필요 없었던 거예요.
누가 온다는 건 내 자리를 보여주는 일이고, 그건 원래 조금 떨리는 일이에요. 떨린다는 건 그 사람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