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객잔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좀 달라졌어.
문이 열려. 그런데 아무 말이 없어. 눈도 안 마주치고 자리에 가서 앉아. 그러다 나갈 때만 고개를 한 번 숙이더라고. 어제 온 손님이 딱 그랬어.
기분 나쁜 건 아니야. 다들 그러니까. 단골 하나는 아예 그게 예의라고 하더라. 괜히 말 걸면 부담 준다는 거지. 뉴스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하고.
이게 좀 재밌는 대목이야. 무협 읽어보면 객잔에 들어가는 장면이 꼭 나오거든.
들어가면서 반드시 한마디를 해. 어디서 왔고, 뭘 하러 가는 길이고, 하룻밤 묵겠다고. 별호를 대기도 하고.
왜 그러냐면 그게 신고였기 때문이야. 모르는 놈이 말없이 앉아 있으면 그건 위험하다는 뜻이거든. 인사를 한다는 건 나는 숨길 게 없다는 표시였어. 그래서 강호에선 인사가 예의가 아니라 안전장치였지.
여기가 핵심인데, 그 인사에는 대가가 있었어.
한마디를 하는 순간 나는 이 자리에 이름을 남긴 거야.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 익명이 사라지는 거지. 그게 값이야.
그래서 뭔가 숨기는 놈일수록 조용히 앉았어. 무협에서 말없이 구석에 앉은 놈이 나중에 사고를 치는 게 그냥 연출이 아니야. 인사를 안 했다는 게 이미 정보였던 거야.
아무것도 안 숨겨. 나는 그렇게 봐.
인사를 안 하는 게 경계심 때문이 아니라 인사할 자리가 없어진 쪽에 가까워. 들어보면 이유가 대충 이래.
세 번째를 말할 때 다들 목소리가 좀 낮아지더라. 나는 그게 오래 남았어.
객잔 하는 놈이 인사를 안 하면 그건 문 닫은 거랑 같아. 그래서 나는 아직 먼저 불러.
들어오면 왔냐고 하고, 앉으면 뭐 줄까 물어봐. 대개는 짧게 답하고 말아. 그런데 그것도 괜찮아. 답이 짧은 거랑 답이 없는 거는 다르거든.
가끔 그 한마디에 얘기가 붙는 손님이 있어. 그러면 그날 밤이 길어져. 열 명 중 하나면 충분해.
어제 그 손님도 그랬어. 들어올 때는 아무 말 없더니 나갈 때는 고개를 숙이고 가더라고.
그게 나는 좀 웃겼어. 인사가 없어진 게 아니었던 거야. 자리를 옮긴 거지. 들어올 때 하던 걸 나갈 때 하는 걸로.
무협에서도 그런 게 있어. 시대가 바뀌면 예법의 형태가 바뀌지 없어지지는 않아. 포권하던 게 목례가 되고, 별호 대던 게 이름 대는 걸로 바뀌고.
그러니까 각박해졌다는 얘기로 갈 건 아니야. 나는 그렇게 안 봐. 인사할 자리가 몇 개 안 남은 거고, 남은 자리에서는 다들 여전히 하고 있어.
객잔은 그 몇 개 안 남은 자리 중 하나야. 그래서 나는 계속 먼저 부를 거야. 너도 들어오면 한마디 해. 그거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