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손님 둘이 같은 이야기를 두고 완전히 다른 말을 하더라고.
늙은 쪽은 주인공이 참는 대목이 제일 좋다고 했어. 젊은 쪽은 그 대목에서 접을 뻔했대. 답답해서 못 보겠다고.
옆에서 들으면서 나는 이게 나이 차이인 줄 알았어. 근데 계속 듣다 보니까 아니더라고.
늙은 손님이 이런 말을 했어. 참는 장면이 있어야 나중에 터질 때 값이 나온다고.
젊은 손님은 이렇게 받았지. 값이 나오는 건 아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자기한테 없다고. 세상에 볼 게 널렸는데 왜 참고 있어야 하냐고.
나는 이 말이 되게 정확하다고 생각했어. 둘 다 맞는 말이야. 한쪽은 낙차를 사는 사람이고, 다른 쪽은 시간을 아끼는 사람이지.
그리고 이건 나이 문제가 아니야. 젊은데 참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늙었는데 답답한 거 딱 질색인 사람도 있거든. 객잔에서 보면 그런 경우가 훨씬 많아.
이 얘길 듣고 나서 다시 보니까 무협도 그렇게 갈려 있더라고.
한쪽은 앞에서 계속 눌러. 주인공이 무시당하고 참고 밀리다가 한참 뒤에 뒤집어. 그 낙차를 파는 거지.
다른 쪽은 처음부터 이겨. 눌리는 구간을 아예 없애거나 아주 짧게 만들어. 대신 다른 재미를 얹지.
옛날 게 좋고 요즘 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야. 파는 물건이 다른 거야. 낙차를 사러 온 사람한테 처음부터 이기는 걸 주면 싱겁고, 시간을 아끼러 온 사람한테 눌리는 걸 주면 화가 나.
나는 이 대화 이후로 손님한테 묻는 게 하나 늘었어. 참는 구간을 견딜 수 있냐.
이 하나만 물어봐도 헛다리를 반은 줄이더라고.
둘이 한참 떠들다가 마지막에 뭐라고 했냐면, 서로 자기가 읽는 걸 한 편씩 바꿔 보기로 했어.
며칠 뒤에 젊은 쪽이 와서 그러대. 참는 대목이 여전히 답답한데, 터지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고. 늙은 쪽은 처음부터 이기는 걸 보고 어이없어하면서도 끝까지 봤대.
나는 그게 제일 좋았어. 말이 안 통하는 게 아니라 아직 안 바꿔본 거였던 거지.
나도 처음엔 참는 게 딱 질색이었어. 지금은 그 구간이 없으면 좀 허전하더라고. 취향은 고정된 게 아니야.
너는 어느 쪽인지 말해줘. 반대쪽도 한 번쯤 껴서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