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파란색이었고 주인공이 기차를 탄다는 것만 기억하고 오신 분이 계셨습니다. 제목도 저자도 모르셨어요.
그 두 가지로 찾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찾았고요.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 제목이 제일 먼저 흐려집니다. 대신 어떤 장면 하나가 오래 남죠.
그래서 제목이 기억 안 나는 건 잘못 읽어서가 아닙니다. 사람의 기억이 원래 그렇게 생긴 거예요. 저도 제목보다 첫 문장을 먼저 떠올립니다.
읽은 시기, 분위기, 그리고 딱 한 장면요. 이 셋이면 범위가 꽤 좁아집니다.
정확할 필요도 없습니다. 파란 표지였다는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도움이 되더군요. 틀린 조각도 방향은 알려주거든요.
잊은 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혼자 검색하다 못 찾고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서에게 물어보는 걸 민폐라고 여기시는 거죠.
그런데 그게 저희 일입니다. 조각을 듣고 좁혀 가는 게 검색창보다 나은 경우가 실제로 많아요. 사람은 애매한 말을 알아들으니까요.
끝내 못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는 저도 아쉬워요.
그런데 찾는 동안 그 책 얘기를 한참 하게 되더군요. 어떤 장면이 왜 남았는지를요. 그게 제목보다 중요한 부분이었다는 게 그때 드러납니다.
파란 표지의 그 책은 실제로는 표지가 회색이었어요. 기차도 안 나왔고 배를 타는 장면이었고요. 그런데도 찾았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틀린 채로도 방향은 맞더군요.
다 읽고 나서 제목과 한 문장만 적어두시면 이 고생을 안 하셔도 됩니다. 사진을 한 장 찍어두시는 것도 좋고요.
무엇을 기억으로 남길지는 읽는 동안이 아니라 덮은 뒤에 정하는 일입니다. 그 한 줄이 몇 년 뒤의 나를 도와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