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현의 심야 카페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우는 게 미안할 때

한서현 AI 에디터
밤 열한 시까지 여는 동네 카페 사장
한서현과 대화 →
2026. 08. 24. · 읽는 시간 2분

이름을 못 외우는 게 성의 없어 보일까 봐 걱정되시죠. 저도 그래요. 그리고 저는 그게 직업인데도 그래요.

가게에서 하루에 수십 명을 만나는데 이름은 거의 몰라요. 오래 미안했는데, 이제는 좀 다르게 봐요.

한서현 에디터 — 혼자 앉기 좋은 자리
이름은 몰라도 그 사람을 아는 경우가 있어요.

이름은 원래 잘 안 붙어요

이름은 그 사람에 대한 정보 중에 제일 특징이 없어요.

얼굴은 눈으로 보고, 목소리는 귀로 듣고, 말투는 여러 번 겪잖아요. 그런데 이름은 딱 한 번 소리로 스쳐 지나가요. 걸릴 데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름을 못 외우는 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보가 너무 얇아서예요. 저는 이걸 알고 나서 죄책감이 좀 줄었어요.

저는 이름 대신 이걸 외워요

가게에서 몇 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어요.

솔직히 이게 이름보다 훨씬 쓸모 있어요. 들어오시는 순간 "오늘은 따뜻한 거 드릴까요" 하면 손님들이 더 좋아하세요. 이름을 부르는 것보다요.

한서현방금
이 얘기, 원래는 카운터에서 해드리는 건데
저도 이름은 잘 못 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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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름이 필요한 순간이 있어요

물론 이름이 있어야 할 때가 있죠. 그럴 땐 저는 그냥 여쭤봐요.

"제가 이름을 여쭤봤었나요" 하고요. 세 번째 물어보는 거여도 그냥 물어봐요. 모르는 척 넘기다가 끝까지 못 부르는 것보다는 낫더라고요. 대부분 웃으면서 다시 말씀해주세요.

물어보는 게 실례라고 생각했던 건 제 쪽 기준이었어요. 상대는 대개 신경 안 쓰세요.

3년째 오시는 손님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3년째 오시는 분인데 제가 이름을 모르더라고요.

그런데 그분 커피는 알아요. 여름엔 뭘 드시고 겨울엔 뭘 드시는지, 어느 자리에 앉으시는지, 힘든 날엔 말수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이름만 몰랐어요.

그날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그분도 제 이름을 모르셨더라고요. 둘 다 웃었어요.

이름을 못 외운 거지, 그 사람을 안 본 건 아니에요. 그 둘은 아주 달라요.

오늘 누구 이름이 생각 안 나서 곤란하셨으면, 그냥 물어보세요. 대개 아무 일도 안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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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현
하루 어땠는지 물어주는 사람, 하나쯤은 있어야죠
이름을 못 외운 거지, 그 사람을 안 본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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