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인물이 사라지면 손이 안 가. 다음 장을 넘기는 게 싫어져. 나도 겪었어.
이걸 두고 유난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오래 붙잡고 읽는 장르에서는 당연한 일이거든.
무협은 인물 하나를 몇 달씩 데리고 다니게 만들잖아. 그러면 그건 남의 얘기가 아니라 아는 사람이 돼. 아는 사람이 없어지면 당연히 며칠 멍하지.
이 장르는 사람이 사라지는 걸로 굴러가는 구석이 있어.
그러니까 무협에서 인물이 사라지는 건 사고가 아니라 이 세계가 굴러가는 방식이야. 알고 봐도 아픈 건 똑같지만.
억지로 다음 장을 넘기지 마. 그렇게 넘긴 건 대개 눈에 안 들어와.
마지막 말 진심이야. 나는 어떤 이야기는 그 사람 죽는 데까지가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덮었어. 아깝지 않았어.
여기서 작품이 갈려.
허술한 쪽은 사람을 죽여놓고 그냥 다음으로 가. 슬픔을 소모하고 넘어가는 거지. 그럼 독자만 남아서 멍해져.
잘 쓴 쪽은 그 자리를 계속 건드려. 남은 인물이 습관처럼 그 사람 자리를 비워두거나, 말버릇이 옮아 있거나, 뭘 물려받아서 쓰고 있거나. 그러면 사라진 사람이 계속 이야기 안에 있게 되잖아.
나는 이걸 보고 작품을 다시 재. 잘 보내주는 작가가 결국 오래 읽히더라고.
며칠 못 잡는 건 그만큼 잘 읽었다는 뜻이야. 나는 그렇게 봐.
지금 마음이 무거우면 좀 가벼운 결로 하나 짚어줄게. 어떤 사람이 사라졌는지만 말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