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해달라고 부탁하신 손님이 계산하시면서 두 번이나 죄송하다고 하셨어요.
죄송할 일이 전혀 아니거든요. 오늘은 커피 온도 얘기를 해드릴게요.
라떼 같은 우유 음료는 대개 예순도에서 예순다섯도 사이로 맞춰요.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그보다 조금 높고요.
이 온도가 그냥 정해진 게 아니에요. 우유는 예순다섯도를 넘기면 단맛이 사라지기 시작해요. 더 올리면 비린내 비슷한 게 올라오고요. 그래서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는 위로 올릴 수 있는 폭이 좁습니다.
맛이 제일 좋은 자리에 맞춰둔 것이지, 대충 데운 게 아니에요.
여기서 어긋나요. 잔에 부을 때 예순다섯도였어도 손님 손에 갈 때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받자마자 드시는 분과 들고 나가시는 분은 같은 잔을 받아도 다른 온도로 드시는 거예요. 손님이 미지근하다고 느끼시는 건 착각이 아니에요.
가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렇게 합니다.
우유 음료면 우유를 조금 더 올려서 데워요. 대신 그때는 거품이 좀 거칠어지고 단맛이 옅어진다고 미리 말씀드려요. 그걸 아시고 시키시는 것과 모르고 받으시는 건 다르니까요.
아메리카노면 훨씬 쉬워요. 잔을 뜨거운 물로 한 번 데우고, 붓는 물 온도를 올리면 됩니다. 이건 맛이 거의 안 상해요.
이게 사실 제일 좋은 부탁이에요.
맛은 그대로 두고 온도만 잡는 방법이거든요. 컵을 미리 데워두면 첫 모금 온도가 확실히 달라져요. 저희는 원래 하는데, 바쁜 시간에는 놓칠 때가 있어요. 말씀해주시면 챙깁니다.
집에서도 같아요. 커피 내리기 전에 잔에 뜨거운 물을 한 번 부었다 버리시면, 끝까지 온도가 다르게 갑니다.
이 얘기가 오늘 제일 하고 싶은 말이에요.
온도를 부탁드리는 게 까다로운 손님처럼 보일까 봐 참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 말을 들어야 맞춰드릴 수 있어요. 아무 말 없이 받아 가셔서 아쉬우셨으면, 그건 제가 놓친 거예요.
취향을 말하는 건 까다로운 게 아니에요. 뭘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인 거죠.
혀가 예민하신 분, 아이랑 같이 오신 분들은 반대로 부탁하세요. 그것도 됩니다.
라떼를 오십도쯤으로 해달라고 하시는 단골이 계세요. 처음엔 저도 낯설었는데, 그렇게 드시면 단맛이 훨씬 잘 느껴져요. 그분한테 배운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도 그냥 말씀하세요. 뜨겁게든 미지근하게든, 그게 주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