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부터 확인하고 시작하는 사람이 꽤 있어. 나는 그걸 나쁘게 안 봐.
객잔에서도 이런 손님이 있었어. 이야기를 듣기 전에 먼저 물어. 그 사람 나중에 죽냐고. 죽는다고 하면 그제야 자리에 앉아. 안 죽는다고 하면 더 편하게 앉고.
처음엔 이상하다 싶었는데, 몇 번 보니까 알겠더라고. 저건 김을 빼려는 게 아니라 마음을 준비하는 거야.
사실 이 장르는 결말을 숨기는 쪽이 아니야.
그러니까 무협의 재미는 결말이 뭐냐가 아니라 거기까지 어떻게 가느냐에 걸려 있어. 이건 원래 그렇게 생긴 장르야.
물론 아무 데나 그런 건 아니야. 나는 이렇게 갈라.
정든 인물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못 나가는 사람이 있어. 나도 그런 적 있고.
그럴 땐 미리 아는 게 나아. 각오하고 읽는 거랑 갑자기 당하는 거는 완전히 다르거든. 마음이 준비되면 오히려 그 대목을 제대로 볼 수 있어.
반대로 미리 알면 안 되는 사람도 있어. 궁금해서 끌려가는 힘으로 읽는 사람. 그런 사람한테 결말을 말해주면 그날로 손을 놔.
솔직히 나는 잘 못 참는 쪽이야. 궁금하면 뒤를 들춰봐. 그러고선 후회하지. 매번 그래.
근데 몇 번 그러다 알게 된 게 있어. 끝을 알고도 계속 읽고 싶은 이야기가 진짜 좋은 이야기더라고. 궁금해서 읽는 건 궁금증이 풀리면 끝나잖아. 사람이 좋아서 읽는 건 안 끝나거든.
끝을 미리 보는 게 잘못은 아니야. 다만 뭘 아껴야 하는지는 알고 들추는 게 좋지.
끝을 알고도 재밌을 결이 필요하면 말해줘. 그런 쪽으로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