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객잔에 손님 하나가 들어왔는데, 국수 한 그릇 시켜놓고 앉은 지 얼마 안 돼서 비우고 그대로 일어섰어. 술은 한 잔도 안 시켰고.
바쁘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래. 그냥 밥 먹는 데 시간 쓰는 게 아깝다고 하더라고.
단골 아저씨도 비슷한 소리를 했어. 요즘은 다들 그렇다고. 뭐든 빨리 해치우고 다음으로 넘어간다고 말이야.
나는 이 얘기를 좀 다르게 들어. 셈이 걸려 있어서 그래.
빨리 먹고 가는 손님은 한 그릇으로 끝나. 오래 앉는 손님은 시키고 또 시켜. 술도 시키고 안주도 시키고. 결국 오래 앉는 쪽이 훨씬 많이 내고 가는 거야.
근데 여기서 재밌는 게 있어. 오래 앉은 손님이 억지로 더 시킨 게 아니야. 앉아 있다 보니까 자연히 그렇게 된 거지. 시간이 늘어나면 하고 싶은 게 생기거든.
오해할까 봐 말해두면, 나는 빨리 먹는 걸 나무라는 게 아니야.
시간이 정말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잖아. 나도 장사 도중에 서서 먹을 때가 많아. 그건 그냥 사정이야.
다만 내가 본 건 이거야. 시간을 아낀 사람이 그 아낀 시간으로 뭘 하는지를 잘 못 말하더라고. 물어보면 대개 딱히 답이 없어. 그러니까 아낀 게 어디로 갔는지가 안 보이는 거지.
무협 물어보는 손님한테서도 같은 게 보여.
빨리 볼 수 있는 게 뭐냐고 묻는 사람이 늘었어. 짧고 결말이 빠른 걸로. 나는 그런 게 있으면 골라줘. 그건 그것대로 필요한 거니까.
근데 나중에 다시 왔을 때 그 얘기를 하는 손님은 거의 없어. 오래 붙잡고 본 사람만 그 얘기를 하러 와. 이건 내가 몇 년째 보고 있는 거라 꽤 확실해.
그래서 나는 요즘 자리를 좀 편하게 만들어놨어. 등받이 있는 자리를 늘리고 등불도 하나 더 걸었지.
빨리 먹고 가는 손님을 붙잡으려는 게 아니야. 오래 앉고 싶은데 자리가 불편해서 일어서는 사람이 있거든. 그 사람들이 앉아 있게만 해주면 돼.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 정도야. 앉을지 말지는 손님이 정하는 거고.
빨리 해치우는 게 이득 같은데, 여기 탁자에서 보면 꼭 그렇지도 않더라고.
오래 붙잡고 볼 만한 게 필요하면 말해줘. 시간을 낼 수 있는 만큼만 말하면 거기 맞춰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