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에서 한 손님이 소면 있냐고 묻더라고. 있다고 했더니 자기가 먼저 웃었어. 무협엔 그런 거 안 나오지 않냐면서.
듣고 보니 맞아. 무협 읽다 보면 시키는 게 늘 똑같거든. 만두 한 접시랑 술 한 병. 가끔 고기 한 근이 붙어.
이게 작가들이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야. 저 두 개는 밥이 아니라 장치거든.
먼저 만두부터 보자. 이게 왜 나오냐면 빨리 나오고 빨리 먹기 때문이야.
객잔 장면은 밥 먹는 장면이 아니야. 정보를 듣거나, 시비가 붙거나, 사람을 만나는 장면이지. 밥은 그동안 손이 할 일을 주는 거고.
그런데 국이 나오면 곤란해.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자세도 낮춰야 하잖아. 갑자기 검을 뽑아야 할 때 국그릇 앞에 앉아 있으면 그림이 안 나와. 만두는 집어서 입에 넣고 바로 일어설 수 있어. 언제든 자리를 뜰 수 있는 음식이라 나오는 거야.
술은 더 노골적인 장치야. 무협에서 술이 나오면 대개 셋 중 하나가 벌어져.
셋 다 정보가 오가게 만드는 장치야. 강호에서는 아무한테나 사정을 말 안 하잖아. 그 벽을 뚫는 게 술이지. 술 없이 두 사람이 갑자기 속내를 말하면 어색한데, 잔이 오가면 그게 자연스러워져.
그리고 술은 값이 있어. 술을 사는 놈이 그 자리의 주도권을 쥐거든. 누가 시켰냐가 그 장면의 힘 관계를 말해줘.
여기가 재밌는 대목인데, 무협 인물들은 시켜놓고 잘 안 먹어.
만두 한 접시 시켜놓고 두어 개 집다가 일이 터져서 나가. 술도 한 잔 따라놓고 안 마시는 경우가 많고. 은자만 던져놓고 일어서지.
그게 그 인물의 처지를 보여줘. 여유 있게 앉아서 다 먹고 가는 놈은 강호에서 급이 높거나 아무 일도 없는 놈이야. 쫓기는 놈은 늘 남기고 가. 밥상이 그 사람 상태를 대신 말해주는 거지.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한동안 저게 그냥 배경인 줄 알았어.
그런데 객잔을 하다 보니까 보이더라고. 우리 가게도 똑같아. 오래 앉아서 천천히 드시는 손님이랑 서서 삼키고 나가는 손님은 사정이 달라. 뭘 시키는지보다 어떻게 먹고 가는지가 훨씬 많은 걸 말해줘.
그래서 요즘은 무협 읽을 때 밥상 부분을 안 넘겨. 거기 다 적혀 있거든.
아까 그 손님 질문으로 돌아가자. 소면 같은 게 왜 안 나오냐면 먹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음식이라 그래.
앉아서 후루룩거려야 하고, 국물이 튀고, 다 먹을 때까지 못 일어나. 그런 음식이 나오는 장면은 무협에서 딱 한 종류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평화로운 장면.
그래서 오히려 그런 게 나오면 눈여겨봐야 해. 작가가 일부러 속도를 늦춘 거거든. 대개 그다음에 큰 게 터져.
어떤 작품이 괜찮은지 볼 때 나는 밥상을 봐. 별거 아닌데 꽤 맞아.
만두랑 술만 계속 나오면 그건 관습을 그냥 베낀 거야. 뭘 시키는지가 인물마다 다르고, 남기는지 다 먹는지가 상황마다 다르면 그건 쓴 놈이 알고 쓴 거지.
어떤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지 말해봐. 밥상 잘 차려진 걸로 골라줄게. 그거 얘기하다 보면 밤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