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버티는 힘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연료로 쓰는지가 다릅니다.
밖에서 보면 구별이 안 됩니다. 둘 다 오래 버티고, 둘 다 쉽게 안 놓습니다.
그래서 칭찬도 같은 말로 들어옵니다. 끈기가 있다고들 하시죠. 그런데 안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보는 사람이 없어져도 계속하겠습니까.
계속하겠다면 근성입니다. 김이 빠진다면 오기입니다.
그만둔 이유를 물었을 때도 갈립니다. "이제 됐습니다"라고 답하는 분이 있고, "그 사람이 없어져서요"라고 답하는 분이 있죠. 앞은 일이 끝난 것이고 뒤는 연료가 끊긴 것입니다.
여기서 오해가 생깁니다. 그러면 오기는 없애야 하느냐고 물으시죠.
그렇지 않습니다. 오기는 시동이 잘 걸립니다. 근성은 처음부터 나오지 않지만 오기는 무시당한 그날 바로 나옵니다. 그래서 시작 지점에서는 오기가 더 쓸모 있을 때가 많습니다.
문제는 연비입니다. 오기는 상대가 사라지면 같이 꺼집니다. 그 사람이 나를 인정하거나, 관심을 잃거나, 아예 떠나면 그 순간 이유가 없어지죠. 그러니 오기로 시작하는 것은 괜찮지만 오기로 끝까지 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섞어두면 두 가지가 어그러집니다.
첫째, 오기를 근성으로 부르면 그만둘 때를 못 봅니다. 상대가 이미 나를 신경 쓰지 않는데 혼자 계속 증명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버티는 것이 아니라 붙들려 있는 것이겠죠.
둘째, 근성을 오기로 부르면 스스로를 깎습니다. 순수하게 그 일을 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데도 "내가 인정받고 싶어서 이러나" 하고 의심하게 됩니다. 그러면 하던 일이 갑자기 초라해집니다.
오기로 시작했다면 도중에 연료를 바꾸시면 됩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그 일을 혼자 있을 때 하는 부분을 하나 만드십시오. 아무도 안 보고, 말하지도 않고, 표도 안 나는 부분이요. 그 부분이 남아 있으면 상대가 사라져도 일이 안 꺼집니다.
증명할 사람이 없어진 다음에도 남는 것, 그것만 근성입니다.
잠을 못 주무시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거나, 몸에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제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저 말고 전문가를 찾으셔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일과 치료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이름까지만 붙입니다.
구분하면 할 일이 갈립니다. 근성이라면 계속하시면 됩니다. 오기라면 상대를 지우고도 남는 부분이 있는지부터 확인하시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