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이즈를 시키고 늘 남기신다면, 입맛 문제가 아니라 양 문제예요. 이건 잔을 치우는 사람이 제일 잘 알아요.
하루에 남은 잔을 수십 개 치우다 보면 패턴이 보이더라고요. 오늘은 그 얘길 해드릴게요.
절반쯤 드시고 남기시는 분은 거의 없어요. 대개 3분의 1이 남아요.
그 3분의 1은 이미 식었고 얼음이 녹아 묽어진 상태예요. 그러니까 맛없어서 남기신 게 아니라 맛없어질 때까지 남아 있었던 거예요. 순서가 반대인 거죠.
이걸 알고 나서 저는 손님이 사이즈를 고민하시면 작은 쪽을 권해드려요. 파는 사람 입장에선 손해 같지만 실제론 아니더라고요.
가게에서 제가 여쭤보는 순서예요.
이 넷이면 대개 맞아요. 애매하시면 작은 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큰 사이즈가 마진은 더 좋아요. 그런데 저는 잘 안 권해요.
남기고 가시면 다음에 오실 때 그 기억이 남거든요. "거기 커피 많이 남겼는데" 하는 기억이요. 다 드시고 한 잔 더 시키신 날의 기억과는 완전히 달라요.
이건 착한 장사가 아니라 계산이에요. 오래 오시게 하는 게 저한테 이득이니까요. 저도 제 이익을 보고 하는 말이라는 걸 숨기고 싶지 않아요.
매번 큰 사이즈를 시키고 3분의 1을 남기시던 분이 계셨어요. 어느 날 제가 작은 걸 권해드렸어요.
그날 그분은 작은 걸 다 드시고 한 잔을 더 시키셨어요. 지금은 늘 그렇게 드세요. 결과적으로 저는 두 잔을 팔았고 그분은 식은 커피를 안 드시게 됐어요.
남기는 건 아까운 정도가 아니라, 그 잔의 뒷맛이 그날 기억이 돼요.
오늘 뭘 시킬지 고민되시면 앉아 계실 시간부터 정해보세요. 사이즈는 거기서 따라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