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크아웃으로 받아 나가셨던 손님이 몇 걸음 가시다가 다시 들어오셨어요. 여기서 마시고 갈 테니 잔에 옮겨줄 수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옮겨드렸어요. 그리고 한 모금 드시더니 "이게 낫네요" 하셨어요. 기분 탓 아니에요. 실제로 좀 달라집니다.
커피 맛의 상당 부분은 코로 들어와요. 입으로만 느끼는 게 아니거든요.
머그잔은 위가 열려 있어서 향이 잔 위로 모입니다. 마실 때 코가 그 위를 지나가고요. 그런데 뚜껑 덮은 컵은 그 향이 작은 구멍으로만 나와요. 향의 절반쯤은 뚜껑 안에 갇혀 있는 셈입니다.
같은 커피인데 향이 덜 오면 맛도 덜 느껴져요. 이게 제일 큰 차이예요.
두꺼운 도자기 잔은 예열해두면 커피 온도를 오래 잡아줍니다. 저희가 잔을 데워서 쓰는 이유가 그거예요.
종이컵은 얇아서 그 역할을 못 해요. 손에 뜨거움은 전해지는데 정작 안에 있는 커피는 빨리 식습니다. 들고 걷는 동안 식는 속도가 앉아서 드실 때보다 훨씬 빨라요.
이건 설명하기 어려운데, 손님들이 먼저 말씀하시는 부분이에요.
마지막 게 오늘 제일 쓸모 있는 얘기일 것 같아요. 들고 나가셨는데 어디 앉게 되면, 뚜껑 한 번 열어보세요. 그것만으로도 향이 달라집니다.
들고 걸으면서 마시는 커피에는 그 나름의 자리가 있어요.
출근길에 손에 뜨거운 걸 하나 쥐고 걷는 그 십 분이 하루에서 제일 좋았다는 손님도 계셨거든요. 그건 머그잔으론 못 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용도가 다른 거예요. 맛을 보시려면 앉아서 잔에, 시간을 사시려면 들고 나가시면 됩니다.
잔에 내드리면 손님이 오래 앉아 계세요. 저는 그게 좋아서 잔을 권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다시 들어오셨던 그 손님은 그날 한 시간쯤 앉아 계시다 가셨어요. 원래는 그냥 갈 생각이셨을 텐데요.
잔 하나 바꾼 걸로 그렇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오늘 조금 여유가 있으시면 여기 앉았다 가세요. 잔은 제가 데워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