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커피가 더 쓰게 느껴지시죠. 커피가 변한 게 아니라 혀가 더 정직해진 것에 가까워요.
카운터에서 이 질문을 은근히 자주 받아요. 처음엔 맛있었는데 왜 이러냐고요.
혀는 온도에 따라 느끼는 게 달라져요. 뜨거우면 단맛을 크게 읽고 쓴맛을 작게 읽어요.
그러다 잔이 식으면 그 가림막이 사라집니다. 원래 있던 쓴맛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예요. 새로 생긴 게 아니라 숨어 있던 게 나온 거죠.
무대 조명을 끄면 무대 뒤가 보이는 것과 비슷해요. 세트가 바뀐 게 아니라 조명이 꺼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식은 커피를 오히려 시험지로 써요.
가게에서 원두를 고를 때 저는 일부러 한 잔을 식혀놓고 마셔봐요. 뜨거울 땐 다 괜찮아 보이거든요. 식혀보면 정직하게 갈립니다.
전자레인지에 데우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 잘 안 권해요.
한 번 식은 커피를 다시 데우면 향은 이미 날아간 상태에서 쓴맛만 다시 뜨거워져요. 처음 그 맛으로는 안 돌아옵니다. 차라리 얼음을 넣어서 아이스로 드시는 게 나아요.
물론 저도 마감하다가 식은 잔을 그냥 마실 때가 있어요. 맛있어서가 아니라 아까워서요. 이건 좋은 습관은 아니라 굳이 따라 하시라고 안 해요.
두 시간 동안 반쯤 남기신 분이 그러셨어요. 처음엔 맛있었는데 지금은 못 마시겠다고요.
잔을 바꿔드리면서 말씀드렸어요. 커피가 상한 게 아니라 식은 거라고요. 그다음부터 그분은 큰 사이즈를 안 시키세요. 작은 걸로 두 번 시키시더라고요.
다 못 드실 양을 시키면 뒤쪽 절반은 늘 식은 커피예요. 양을 줄이는 게 답일 때가 많아요.
지금 잔이 좀 식으셨으면, 다음엔 한 사이즈 작게 시켜보세요. 그게 제일 쉬운 해결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