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저녁 먹다가 제 말을 고쳐 주더라고요. 제가 코인이라고 한 걸 두고 그건 토큰이라고요.
저는 그게 그거 아니냐고 했어요. 다들 섞어 쓰잖아요. 그런데 파는 자리에서는 갈라 부른다던데요.
박예슬 이름만 다르게 부르는 건가요, 물건이 다른 건가요?
신미혜 그것부터 갈라야 뒷얘기가 풀리는 거예요.
조카가 종이에 큰 동그라미를 하나 그리더라고요. 그게 장부 한 권이래요.
앞에서 코인 장부를 누가 이어 쓰는지 알아본 적이 있잖아요. 그 장부를 자기 것으로 갖고 있는 쪽을 코인이라고 부른대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요.
그런데 그 큰 동그라미 안에 작은 동그라미를 여럿 그려 넣더라고요. 남의 장부에 규칙 몇 줄을 적어서 만들어 놓은 것들이래요. 그게 토큰이라던데요. 자기 장부가 없으니 남의 장부 한 귀퉁이에 이름을 올려 두고 사는 셈이라고요.
신미혜 자기 건물을 가진 가게하고 남의 건물에 세 든 가게 같은 거예요. 세 든 가게는 건물 규칙을 따라야 하는 셈이죠.
이 대목이 저는 제일 그럴듯했어요.
토큰을 주고받을 때 드는 자릿세는 그 토큰이 아니라 밑에 깔린 장부의 것으로 낸다고 하더라고요. 이더리움 위에 얹힌 것이면 이더리움 자릿세를 내는 거래요. 앞에서 가스비가 왜 붙는지 알아봤는데, 그 얘기가 여기서 또 나오는 거였어요.
박예슬 그럼 밑에 깔린 장부가 붐비면 위에 얹힌 것들도 같이 불편해지는 거잖아요.
그렇대요. 건물이 정전되면 세 든 가게가 다 같이 문을 닫는 거랑 같다던데요.
자기 장부를 새로 만드는 건 어렵지만, 남의 장부에 규칙 몇 줄 적어 이름을 하나 올리는 건 훨씬 쉽대요. 그래서 토큰은 수가 아주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이름만 있고 하는 일이 없는 것도 섞여 있다던데요. 이웃 언니도 뉴스에서 이름을 하도 여럿 들어서 다 같은 건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조카는 이름이 그럴듯하다고 뭘 하는 건지 알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어요.
값을 다른 것에 묶어 둔 코인을 앞에서 알아봤잖아요. 그것들도 대개는 남의 장부에 얹혀 있는 쪽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그 장부가 흔들리면 같이 흔들린다고요.
정리하면 이래요. 자기 장부를 가진 쪽이 있고, 남의 장부에 얹혀 사는 쪽이 있고, 얹혀 사는 쪽은 밑에 깔린 집 사정을 같이 받는다는 것.
어느 쪽이 낫다는 얘기는 조카도 안 하더라고요. 다만 이름을 들었을 때 물어볼 게 하나 생겼어요. 이건 자기 장부가 있는 쪽이래요, 얹혀 있는 쪽이래요.
어느 장부에 얹혀 있는지, 그 규칙을 누가 고칠 수 있는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건 조카도 모른다고 했어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