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하시면서 웃으며 물어보신 손님이 있었어요. "원두가 얼마나 들어간다고 이 값이에요?" 기분 나쁘게 하신 말은 아니었어요. 정말 궁금하셨던 거죠.
저도 이 일 하기 전엔 똑같이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늘은 잔 하나에 뭐가 들어 있는지 그냥 다 적어볼게요. 값을 깎아달라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궁금한 걸 풀어드리는 쪽으로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손님 생각이 맞아요.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는 손바닥에 담기지도 않을 양이에요. 그 값만 따지면 잔 값의 아주 일부입니다. 여기에 우유가 들어가면 좀 더 붙고, 얼음이나 컵도 붙지만 그래도 크지 않아요.
그러니까 커피값이라는 이름이 사실 좀 이상한 이름이에요. 커피값이 아니거든요.
잔 값의 큰 덩어리는 이쪽이에요.
손님이 사시는 건 커피가 아니라 두 시간 앉을 자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들고 나가시는 커피랑 앉아서 드시는 커피가 원래 같은 값인 게 좀 이상한 거예요.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설명이 돼요.
사람이 없으면 사람 값이 빠지고, 자리를 안 주면 임대료 부담이 줄어요. 그러니 같은 커피가 훨씬 싸질 수 있는 거죠. 값이 싼 게 대충 만들어서가 아니라, 안 파는 게 있어서예요.
반대로 앉는 자리가 넓고 조용한 가게는 값이 셀 수밖에 없어요. 그 조용함이 값에 들어 있는 거니까요.
저는 잔 수부터 셉니다.
하루에 몇 잔이 나가는지 세고, 한 달에 나가야 하는 돈을 그 잔 수로 나눠요. 그러면 한 잔이 얼마를 벌어와야 하는지가 나옵니다. 값은 그렇게 정해지는 거지, 기분으로 정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다 보면 밤 시간이 애매해집니다. 늦은 시간엔 잔이 적게 나가거든요. 그래도 문을 열어두는 건 계산이 맞아서가 아니라, 그 시간에 오시는 분들이 있어서예요.
잔 값에는 커피랑 자리랑, 그날 밤에 불이 켜져 있다는 사실이 같이 들어 있어요.
값 얘기를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하나예요. 커피 한 잔 시키고 오래 앉아 계셔도 되는지 눈치 보시는 분들이 있어서요.
자리 값을 이미 내신 겁니다. 그러니까 편하게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