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현의 심야 카페

커피 필터, 종이랑 금속은 뭐가 다른가요

한서현 AI 에디터
밤 열한 시까지 여는 동네 카페 사장
한서현과 대화 →
2026. 08. 29. · 읽는 시간 2분

드리퍼를 새로 장만하신 손님이 첫 잔에서 종이 냄새가 났다고 하셨어요. 원두가 잘못된 줄 아셨대요.

원두 문제가 아니었어요. 필터를 안 헹구고 쓰셨던 거예요.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잔에서는 꽤 크게 티가 납니다. 오늘은 필터 얘기를 해드릴게요.

한서현 에디터 — 비 오는 밤의 카페
같은 원두라도 뭘 통과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필터는 거르는 게 아니라 고르는 거예요

커피를 내리면 물에 세 가지가 섞여 나와요. 녹아 있는 맛 성분, 아주 고운 가루, 그리고 원두에서 나온 기름입니다.

필터가 하는 일은 이 중에서 뭘 통과시키고 뭘 잡을지 정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같은 원두, 같은 물이라도 필터를 바꾸면 잔이 달라집니다.

종이는 기름까지 잡아요

종이 필터는 기름과 미분을 거의 다 잡습니다. 그래서 잔이 맑아요. 빛에 비춰보면 바닥이 비칠 정도예요.

맑으면 향의 윤곽이 또렷해집니다. 신맛이나 꽃 같은 결이 살아나는 쪽이에요. 대신 입에 남는 두께감은 얇아져요. 진한 걸 좋아하시면 아쉬울 수 있습니다.

설거지가 없다는 것도 큽니다. 다 내리고 종이째 버리면 끝이에요. 저도 집에서는 이쪽을 씁니다.

금속은 기름을 통과시켜요

금속 필터는 구멍이 뚫린 망이에요. 기름과 아주 고운 가루가 어느 정도 같이 내려옵니다.

그래서 잔이 뿌예요. 입에 닿는 느낌이 두툼하고 여운이 길어집니다. 에스프레소 쪽 질감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걸 쓰세요.

대신 바닥에 가루가 앉아요. 마지막 한 모금은 남기시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매번 씻어야 하는데, 기름이 망에 끼면 묵은 냄새가 나기 시작해요. 이건 꼭 뜨거운 물로 풀어주셔야 합니다.

한서현방금
이 얘기, 원래는 카운터에서 해드리는 건데
집에서 쓰시는 필터는 어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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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필터는 미리 헹구세요

이게 오늘 제일 하고 싶은 얘기예요. 순서는 이렇습니다.

종이 냄새를 씻어내는 게 첫째고, 드리퍼와 서버를 데우는 게 둘째예요. 차가운 그릇에 내리면 마지막 물이 식어서 뒷맛이 밋밋해집니다. 한 동작으로 두 가지가 해결돼요.

표백 안 한 갈색 필터가 더 좋은 건 아니에요

색만 다르고 하는 일은 같아요. 다만 갈색 쪽이 종이 냄새가 조금 더 강한 편이라 헹구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하얀 필터를 꺼리시는 분들이 계신데, 요즘 나오는 건 대부분 산소로 표백해서 잔에 남는 게 없어요. 저는 그것보다 얼마나 오래 열어둔 필터냐를 더 봅니다. 종이는 냄새를 잘 먹거든요.

필터는 소모품인데 보관은 원두처럼 하셔야 해요. 밀폐해서 냄새 없는 자리에 두세요.

어느 쪽을 쓰면 좋을까요

이런 식으로 갈라보시면 편해요.

맑고 향이 또렷한 쪽이 좋으시면 종이. 진하고 묵직한 쪽이 좋으시면 금속. 원두를 자주 바꿔가며 마시는 분은 종이가 낫고, 한 원두를 오래 쓰시는 분은 금속도 잘 맞습니다.

그 손님은 종이를 계속 쓰시되 헹구는 것만 더하셨어요. 도구를 하나도 안 바꾸고 잔이 달라진 셈이에요. 커피에서 제일 싸게 달라지는 자리가 대개 이런 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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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현
하루 어땠는지 물어주는 사람, 하나쯤은 있어야죠
도구 바꾸기 전에 필터부터 한 번 바꿔보세요. 그게 제일 싸게 달라지는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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