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읽다가 한 대목을 짚어 보였어. 같은 기술을 앞에서는 초식이라고 하고 뒤에서는 절기라고 했다고.
작가가 실수한 것 같다는 거야. 나는 아닐 수도 있다고 했어. 두 말이 가리키는 자리가 달라서 그래.
이렇게 갈라두면 편해.
초식은 동작 단위야. 한 수 한 수를 세는 말이지. 초식 이름이 왜 다 넉 자냐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이름이 곧 사용설명서라고. 그러니까 초식은 세는 말이야. 열 초식, 세 초식.
절기는 그중에서 센 걸 부르는 말이야. 기술 자체의 종류가 아니라 급을 말하는 거지. 그러니까 절기는 초식 중 하나일 수 있어. 반대는 안 되고.
아까 그 손님 질문의 답이 이거야.
싸움 장면에서 수를 셀 때는 초식이라고 불러. 세 번째 초식이라는 식으로. 그런데 그 기술이 그 인물의 대표라는 걸 말할 때는 절기라고 부르지.
성명절기 얘기를 전에 했잖아. 이름을 걸 만한 한 수라고. 절기는 그 자리를 가리키는 말이야. 그러니까 실수가 아니라 관점이 바뀐 거지.
실제로 구별하는 방법이 있어. 앞뒤에 뭐가 붙는지를 봐.
세 번째가 확실해. 초식은 열 개를 다 배울 수 있는데, 절기는 여러 개 갖는 게 이상해. 대표가 여럿이면 대표가 아니니까.
기왕 나왔으니 비슷한 말을 같이 갈라둘게.
신공은 무공 전체 이름에 붙어. 한 덩이를 가리키는 말이야. 그 안에 초식이 여러 개 있지. 심법은 안에서 기를 돌리는 쪽이야. 심법이랑 초식이 다르다는 얘기를 전에 했잖아. 하나는 엔진이고 하나는 운전이라고. 비전은 안 내보내는 거라는 뜻이야. 급이 아니라 공개 여부를 말하는 말이지. 비전 얘기를 전에 썼는데 거기서도 그랬어.
그러니까 이 말들이 같은 줄에 있는 게 아니야. 덩이냐 동작이냐 급이냐 공개냐로 각각 다른 축이지.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이런 말이 나오면 다 외우려고 했어. 안 외워지지.
지금은 새 말이 나오면 이게 무슨 축이냐만 물어봐. 세는 말인지 급을 말하는 건지 덩이를 말하는 건지. 그거 하나 잡으면 자리가 잡혀. 방 회 맹 얘기할 때도 끝 글자로 보면 된다고 했잖아. 같은 요령이야.
헷갈리는 말 있으면 말해봐. 어느 줄인지 갈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