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 앞에서 책을 든 채로 화면을 한참 보시던 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그 책을 그대로 꽂아두고 가셨어요.
손에 이미 들려 있던 책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이 오래 남더군요.
시간이 한정돼 있으니 실패를 줄이고 싶은 게 당연하죠. 저도 뭘 살 때 그렇게 합니다.
그러니 평을 보는 것 자체를 나무랄 생각은 없어요. 다만 순서가 바뀌면 다른 일이 벌어지더군요.
그분은 이미 그 책을 뽑아 드셨습니다. 뭔가에 끌린 거죠. 표지든 제목이든요.
그 끌림은 데이터가 아니지만 나에 대한 정보입니다. 평이 그걸 덮으면, 남은 건 남들의 평균만 남습니다. 나는 빠진 채로요.
남들이 좋다고 한 것만 고르는 자는,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끝내 알지 못한다.
별점은 여러 사람의 반응을 평균한 숫자입니다. 그 안에는 나와 정반대 상태의 사람들도 다 들어 있어요.
그래서 좋은 평의 책이 나한테 안 맞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반납대에서 그런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다들 좋다는데 나는 안 읽혔다고요.
산 책은 실패가 아깝습니다. 그래서 평을 더 열심히 보게 되죠.
빌린 책은 다릅니다. 안 맞으면 돌려주면 그만이니까 평을 안 보고 골라볼 수 있어요. 도서관이 그 실험에는 제일 좋은 자리더군요.
평이 아주 갈리는 책일수록 저는 한 번 펴봅니다. 누군가를 세게 건드렸다는 뜻이니까요. 무난하게 좋다는 평만 붙은 책보다 그런 책이 오래 남는 경우가 있더군요.
전부 감으로 고르라는 말은 아닙니다. 평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고요.
다만 몇 권은 손이 먼저 간 대로 가져가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고른 책에서 나오는 실패와 성공이 내 취향의 목록을 만듭니다. 그 목록은 남이 못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