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반도체는 만드는 회사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뉴스를 보다 보니 장비 회사라는 말이 자꾸 나오더라고요. 그게 뭐냐고 남편한테 물었어요.
남편은 반죽기 없이 빵집을 차린다고 생각해보라면서 손으로 반죽 젓는 시늉을 했어요.
박예슬 그러니까 기계를 만드는 회사가 따로 있다는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반도체는 아주 작은 걸 겹겹이 그려 넣는 일이라, 그걸 할 수 있는 기계가 있어야 시작이 된대요. 그 기계를 만드는 회사가 따로 있다던데요.
특히 빛으로 그려 넣는 기계는 만드는 데가 세상에 아주 적대요. 그중에서도 제일 정밀한 건 한 곳에서만 나온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회사 이름이 ASML이라고 하더라고요.
신미혜 빵집이 아무리 많아도 반죽기 만드는 데가 한 곳뿐인 셈이에요.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거예요.
저는 이 대목이 제일 인상 깊었어요. 돈이 있어도 바로 못 산대요. 기계 한 대 만드는 데도 오래 걸리고, 앞에 주문한 데가 있으면 기다린다던데요.
박예슬 그럼 공장을 짓기로 해놓고 기계를 못 받으면요?
그럼 계획이 밀린다고 하더라고요. 공장 짓는 데 몇 년이 걸린다는 얘기랑 이어지는 대목이었어요.
우리나라에도 씻고 말리고 검사하는 기계를 만드는 데가 있대요. 한미반도체나 원익아이피에스 같은 이름을 들었어요. 다만 어느 단계에서 누가 얼마나 하는지,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이웃 언니는 이 얘기를 듣더니 그럼 그 기계 만드는 기계도 있냐고 물었어요. 저희 셋이 다 같이 웃었어요.
HBM이 뭔지 알아본 날, 반도체 회사가 왜 그렇게 흔들리는지 알아본 날 얘기랑 다 이어졌어요. 앞줄이 길다는 게 배터리 쪽만의 일이 아니더라고요.
여기까지가 저희가 알아낸 거예요. 어느 회사가 어떻게 될지는 저희가 볼 자리가 아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