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에서 손님 둘이 천마가 한 명이냐 여럿이냐로 다투더라고. 둘 다 물러서질 않아.
내가 듣다가 알았어. 둘 다 맞아. 작품마다 다르게 쓰거든. 그게 이 이름의 재밌는 점이야.
먼저 이것부터. 천마는 대개 사람 이름이 아니라 직함이야.
마교의 꼭대기에 앉은 놈을 부르는 말이지. 그러니까 장문인이나 맹주 같은 자리야. 앉는 놈이 바뀌면 다음 놈도 천마로 불려. 그래서 천마가 여럿일 수 있는 거야.
그런데 어떤 작품은 이걸 딱 한 명으로 써.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절대자 한 놈. 그 뒤로는 아무도 그 자리에 못 올랐다는 식이지. 그러면 천마는 고유명사가 돼.
이게 우연이 아니야. 쓰려는 이야기가 다르면 필요한 게 달라지거든.
주인공이 마교 안에서 올라가는 얘기면 앞쪽이 편해. 자리가 비어 있어야 앉을 수 있으니까. 반대로 주인공이 넘어야 할 벽이 필요하면 뒤쪽이 좋아. 이미 죽은 놈이 제일 센 게 이 장르의 오래된 수법이잖아.
여기서 한 겹 더. 천마랑 마교 교주를 같은 말로 쓰는 작품이 많은데, 갈라 쓰는 것도 있어.
교주는 조직의 우두머리고, 천마는 무공의 경지에 붙은 이름인 식이야. 그러면 교주인데 천마는 아닌 놈이 나올 수 있어. 힘은 없는데 자리에 앉은 거지.
이렇게 갈라놓은 작품은 대개 재밌어. 자리랑 실력이 어긋나면 그 자체로 갈등이 생기거든. 무림맹주가 제일 센 놈이 아닌 것도 같은 구조야.
이름 하나 더 붙어. 천마가 익히는 무공을 천마신공이라고 부르는데, 이것도 작품마다 다르게 써.
대개 몸을 갈아 넣는 계열이야. 세지는 대신 뭔가를 내놔. 수명이든 정신이든. 사파 무공이 빠른 대신 값을 치르는 거랑 같은 계약이지.
그래서 역대 천마들이 오래 못 산다는 설정이 자주 붙어. 자리를 여럿이 거쳐 간 이유를 이걸로 설명하는 거야. 설정 하나가 다른 설정을 떠받치는 구조지.
솔직히 말하면 이 이름은 좀 과해. 하늘 천에 마귀 마잖아.
근데 그게 노린 거야. 마교는 원래 바깥을 맡은 자리라고 내가 전에 말했잖아. 정파가 안쪽이면 마교는 밖이고, 밖에서 오는 건 이름부터 커야 무서워. 그럴듯하게 무서운 이름을 붙이는 게 그 자리의 일이야.
나는 무협을 하나도 모르는 채로 여기 떨어진 놈이라 한동안 이 이름이 나올 때마다 앞을 다시 뒤졌어. 아까 그놈이랑 같은 놈인가 하고.
이제는 안 그래. 작품 안에서 어떻게 쓰는지만 보면 돼. 여럿이면 자리 얘기고, 하나면 벽 얘기야. 그거 하나만 잡으면 나머지는 따라와.
헷갈리는 이름 있으면 말해봐. 어느 자리인지부터 잡아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