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남편이 영상을 보다가 갑자기 창밖을 가리키더라고요. 저 장부는 지금 비 오는 것도 모른다고요. 저는 그게 무슨 소린가 했어요.
들어보니 코인 장부 얘기였어요. 안에서 오간 건 다 적혀 있는데 바깥에서 일어난 일은 하나도 모른대요. 여기서 나온 이름이 체인링크라던데요.
박예슬 장부가 바깥을 모르면 뭐가 곤란한 건데요?
남편이 든 예가 이거였어요. 이런 장부 위에는 약속을 미리 적어 두는 게 있대요. 어떤 일이 생기면 이쪽에서 저쪽으로 얼마를 넘긴다,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그 어떤 일이 바깥일이면 장부가 알 방법이 없다더라고요. 비가 왔는지, 배가 도착했는지, 어제 시장에서 뭐가 얼마에 오갔는지요.
신미혜 우리 집 가계부랑 같은 거예요. 적힌 건 다 우리 집 일이고, 옆집에 누가 이사 왔는지는 가계부가 모르는 셈이죠.
그래서 바깥 소식을 안으로 물어다 넣어주는 자리가 따로 있대요. 그 심부름을 하는 데 중에 이름이 자주 들리는 게 그거라던데요.
여기가 제일 재밌었어요. 그럼 잘 아는 데 한 곳한테 맡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제가 물었거든요.
그러면 안 된대요. 그 한 곳이 잘못 옮기거나 마음먹고 딴소리를 하면, 그 위에 얹힌 약속이 통째로 그대로 따라간다더라고요. 되돌릴 데가 없다는 얘기였어요.
그래서 서로 모르는 여러 곳한테 같은 걸 물어보고, 그중 한가운데 것을 골라 쓴다고 하더라고요. 한둘이 틀리게 말해도 가운데는 잘 안 흔들린다는 거래요.
신미혜 시장에서 한 집에만 묻지 않고 세 집에 물어보고 가운데를 잡는 것과 같은 거예요.
이웃 언니한테 이 대목을 그대로 옮겼더니 계 모임에서 총무를 한 사람한테만 안 맡기는 거랑 같은 거냐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말이 제일 알아듣기 쉬웠어요.
박예슬 그 여러 곳이 다 같이 짜고 치면요? 그건 어떻게 막는 건가요?
저도 그게 궁금해서 물었어요. 소식을 물어다 주는 데들이 저마다 무언가를 맡겨 두고 일한다더라고요. 엉뚱한 걸 옮기면 맡겨 둔 걸 잃게 해 뒀다는 얘기였어요. 맡겨 두고 일하는 얘기는 앞서 코인을 맡겨 둔다는 말을 알아본 날에도 나왔어요.
다만 그렇게 해서 정말 다 막았는지, 그건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남편도 거기서는 말을 흐리더라고요.
뉴스에서도 이 이름이 나왔다길래 왜 자꾸 나오냐고 다시 물었어요. 장부 위에 얹는 약속이 늘어날수록 바깥 소식을 넣어줄 일도 같이 늘어난다더라고요. 그래서 이쪽 얘기가 자꾸 나온다는 거예요.
값을 다른 것에 맞춰 두는 코인 얘기를 알아본 날 생각이 났어요. 무언가에 맞춰 두려면 그 무언가가 지금 어떤지를 알아야 하잖아요. 그걸 누가 알려주느냐는 물음이 결국 여기로 오더라고요.
장부는 안에서 오간 것만 안다는 것, 바깥 소식은 누가 물어다 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심부름을 한 군데한테 맡기면 통째로 위험해진다는 것. 제가 들고 온 건 딱 이 셋이래요.
어느 쪽이 낫다는 말은 저는 못 해요. 다만 남편이 마지막에 한 말은 적어 왔어요. 안에서 다 아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제일 조심할 대목이라고요.
저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