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책 펴놓고 앉아 계신 분들이 늘었어요. 학생이 아니라 일 마치고 오신 분들이요.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카운터에서 들린 것만 적을게요.
예전에 밤에 공부하시는 분들은 대개 시험 준비하는 학생이었어요.
지금은 다르더라고요. 회사 다니시는 분들이 퇴근하고 오셔서 두세 시간 하고 가세요. 두꺼운 책을 들고 오시는 분도 있고 태블릿만 보시는 분도 있고요.
한 분은 저한테 그러셨어요. 지금 하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요. 그 문장이 오래 남았어요.
들린 것만 적을게요. 저는 판단할 위치가 아니에요.
마지막 분들이 오래 하시더라고요. 시켜서 하시는 분들은 두어 달쯤 뒤에 안 보이세요.
가게 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이걸 좀 부러운 눈으로 봐요.
저는 자격증이 하나도 없어요. 커피는 몸으로 배웠고 가게 운영은 손해 보면서 배웠어요. 종이로 남은 게 없어요. 그래서 뭔가를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 서면 늘 좀 막막해요.
그런데 밤마다 책 펴놓고 앉아 계신 분들 보면 그 마음도 알겠더라고요. 안 하면 불안하고 해도 확실치 않은 그 사이에 계신 거잖아요. 저도 매일 그 사이에 있어요.
두꺼운 책을 펴놓고 한 시간째 같은 페이지에 계시더라고요. 물 한 잔 갖다드렸어요.
나가시면서 그러셨어요. 오늘은 한 장도 못 넘겼다고요. 그런데 표정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구나 하는 얼굴이었어요.
앉아 있었던 시간은 남아요. 진도가 안 나가도 그건 그대로 남더라고요.
뭔가 준비하고 계시면 오늘 못 하셨어도 괜찮아요. 오래 걸리는 일이니까 밤은 또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