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책을 고르신 손님이 대출대에서 먼저 물으셨습니다. 이거 다 읽을 수 있을까요, 하고요.
빌리기도 전에 그런 질문을 하신 게 저는 오래 남았습니다. 어디선가 요즘 사람들은 긴 글을 못 읽는다는 얘기를 들으셨다고 하시더군요.
그 손님은 결국 그 책을 다 읽고 오셨습니다. 예상보다 빨랐어요.
그러니 못 읽는 게 아니었던 겁니다. 다만 시작하기 전에 이미 안 될 거라고 들으신 거죠. 그 말이 먼저 들어와 있으면 첫 장이 훨씬 무거워집니다.
저는 매일 두 시간씩 한 책을 붙잡고 계신 분들을 봅니다. 그런 분들이 사라지지는 않았어요.
다만 짧게 끊어 읽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20분 보고 화면을 한 번 보고 다시 20분요. 긴 글을 못 읽는다기보다 긴 시간을 안 쓰게 된 쪽에 가깝더군요.
겁이 나는 건 두께 때문만은 아니더군요. 다 못 읽으면 실패라고 여기니까 시작이 무거워지는 겁니다. 절반만 읽어도 된다고 하면 손이 훨씬 쉽게 가요.
짧은 것에만 익숙해진 눈은, 긴 것을 못 보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하게 된다.
한 번에 두 시간을 못 내신다면 20분씩 여섯 번도 괜찮습니다. 대출 기한이 2주면 하루 20분으로도 꽤 갑니다.
중요한 건 이어 붙일 수 있느냐예요.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만 해두시면 다음 20분이 앞의 20분에 붙거든요. 그러면 짧게 읽어도 긴 글이 됩니다.
그 손님은 반납하면서 다음에는 더 두꺼운 걸 빌려보겠다고 하셨습니다. 한 번 끝까지 가본 사람은 다음 책 앞에서 덜 망설이더군요. 그게 두께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누가 나에 대해 미리 정해둔 말을 그대로 받으면 시작 전에 지고 들어갑니다. 그 손님도 하마터면 그 책을 안 빌릴 뻔했어요.
무엇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지는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답은 남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