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을 담담히 말씀하시고 나가시던 분이 서가 뒤에서 잠깐 서 계셨습니다.
돌아서서 제 앞에서는 끝까지 담담하셨죠. 그 몇 걸음이 오래 남았습니다.
이 성격을 감정이 메마른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대개 반대죠.
나올 것 같으니까 더 막는 겁니다. 한 번 터지면 못 멈출 것 같아서요. 그래서 사람 앞에서는 힘을 주고, 혼자가 되면 그 힘이 풀립니다. 집에 와서, 차 안에서, 서가 뒤에서 나오는 게 그래서고요.
타고나신 게 아닌 경우가 많죠. 대개 배우신 겁니다.
운 뒤에 불편했던 기억. 울었더니 분위기가 무거워졌거나, 다들 어쩔 줄 몰라 했던 자리요. 앞서 남이 울면 어쩔 줄 모르는 성격을 적었는데, 그 반대편에 계셨던 겁니다. 약해 보이면 안 되는 자리에 오래 계셨던 것. 일이나 가족 안에서 버티는 몫을 맡으셨으면 우는 게 직무 이탈처럼 느껴지죠. 울어도 달라진 게 없었던 경험. 몇 번 겪으면 몸이 먼저 그만둡니다.
한쪽만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 자리를 끝낼 수 있죠. 해야 할 말이 남았을 때 눈물이 터지면 말이 끊기죠. 참으신 덕에 끝까지 하신 자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상대를 덜 곤란하게 합니다. 이건 배려 쪽에 가깝고요.
다만 미루는 것이지 없애는 게 아닙니다. 이게 문제죠.
몸으로 갑니다.
잠이 얕아지고, 턱이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이유 없이 지치죠. 앞서 쉬어도 피곤한 이유를 적었는데 여기와 이어져 있죠. 감정을 처리하는 데도 힘이 드는데 그 일을 계속 미뤄두면 몸이 대신 붙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엉뚱한 데서 터집니다. 별것 아닌 일에 왈칵 하는 날이 그날이죠.
억지로 하실 일이 아닙니다. 다만 두 가지는 권해드립니다.
혼자 우실 자리를 두십시오. 참는 사람일수록 그 자리가 없어서 계속 미룹니다. 차 안이든 산책길이든 시간을 정해두시면 몸이 거기서 풉니다. 한 사람만 정해두십시오. 전부한테 보이실 필요는 없고요. 앞서 자기 얘기를 안 하는 성격에서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적었는데 같습니다.
참는 것도 우는 것도 힘이 든다. 다만 하나는 미루는 쪽이고 하나는 끝내는 쪽이다.
저는 못 본 척했습니다. 그게 맞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음에 오셨을 때 조용한 자리를 하나 알려드렸습니다. 필요하실 때 쓰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