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언니가 공사장 앞에 감아 둔 굵은 줄뭉치를 봤대요. 사람 팔뚝보다 굵어서 저걸 누가 드나 싶었다더라고요.
그러다 뉴스에서 그 줄을 만드는 회사 이름이 나오는 걸 들었대요. 저는 전기 하면 만드는 데랑 파는 데만 생각했지 나르는 줄을 만드는 데는 생각을 못 했어요.
박예슬 전선이면 그냥 구리를 늘려 놓은 거 아닌가요? 그게 뉴스에 나올 일인가요?
신미혜 국수도 밀가루를 늘려 놓은 건데 집집마다 다른 거예요.
들은 대로 옮기면 이래요. 구리 덩어리를 가늘게 뽑아서 늘리고, 그걸 여러 가닥 꼬아서 한 줄로 만든대요. 그 위에 몇 겹을 입혀서 물이나 열을 견디게 한다고요.
앞에서 제련하는 회사가 돌에서 금속을 뽑는다는 걸 알아봤잖아요. 거기서 나온 구리가 이런 데로 온다는 얘기였어요.
박예슬 그럼 구리값이 오르면 이 회사가 손해를 보는 거잖아요.
그게 좀 다르다던데요. 구리를 사 오는 값이 오르면 그만큼 넘기는 값에 얹어 주기로 미리 정해 두는 쪽이 많대요. 그래서 구리 자체보다 얼마나 어려운 줄을 만드느냐가 더 크다고 하더라고요.
여기가 제일 뜻밖이었어요. 줄이 다 같은 줄이 아니래요.
땅에 묻는 줄이 있고, 바다 밑에 까는 줄이 따로 있대요. 바다 밑에 까는 건 중간에 이을 수가 없어서 아주 길게 한 번에 만들어야 한다던데요. 그러려면 공장 자리도 커야 하고 감아 둘 자리도 있어야 하고요.
신미혜 실을 중간에 매듭지어 쓰면 거기서 끊어지는 것과 같은 거예요. 그러니 통으로 뽑아야 하는 셈이죠.
게다가 그걸 실어다 바다에 까는 배가 또 따로 있어야 한대요. 만드는 집과 까는 집이 다르기도 하고, 둘 다 하는 집도 있다고 들었어요. LS나 대한전선 같은 이름이 그래서 같이 나오는 거였어요.
앞에서 데이터센터 얘기에 왜 전기 회사 이름이 붙는지 알아봤잖아요. 전기를 쓸 데가 늘면 만드는 데만 늘려서는 안 된대요. 거기까지 가져다줄 줄이 같이 깔려야 한다는 거예요.
변압기가 왜 뉴스에 나오는지도 앞에서 알아봤는데, 그 얘기하고 한 줄로 이어지더라고요. 만드는 자리, 눌러 낮추는 자리, 실어 나르는 줄이 다 같이 있어야 전기가 집까지 온다던데요.
그리고 이건 주문을 받아서 만드는 장사래요. 미리 만들어 쌓아 두는 게 아니라 어디에 얼마짜리를 깔기로 정해지면 그때 만든다고요. 뉴스에 수주라는 말이 나오면 무슨 뜻인지 앞에서 알아봤잖아요. 이 집도 그런 장사라던데요.
구리를 뽑아 늘려 꼰다는 것, 땅에 묻는 줄과 바다에 까는 줄이 다르다는 것, 바다 쪽은 통으로 길게 만들어야 해서 아무나 못 한다는 것, 그리고 전기 쓸 데가 늘면 줄부터 깔아야 한다는 것.
어느 집이 나은지는 저도 몰라요. 다만 전기 얘기가 나오면 이제 하나는 더 물어봐요. 만드는 얘기예요, 나르는 얘기예요.
깔기로 한 자리가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저희가 밖에서 알기 어렵대요. 그건 이웃 언니도 모른다고 했어요.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건 결과가 아니라 태도라던데요. 저는 그 말을 붙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