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에서 이런 걸 봤어. 어떤 사람이 자기 별호를 직접 대더라고. 아주 그럴듯한 이름이었어.
그런데 그 사람이 나가자마자 옆 탁자에서 다른 이름으로 부르더라. 자기가 댄 건 안 쓰고. 나는 그때 웃음이 나왔어.
별호는 그런 거야. 자기가 지으면 안 붙어.
무협에서 이름난 사람한테는 이름 말고 하나가 더 붙어. 그게 별호야.
칼을 잘 쓰면 그 칼에서 따오고, 어디 출신이면 그 지명에서 따오고, 어떤 사건으로 알려졌으면 그 사건에서 따와. 그러니까 별호는 그 사람 이력의 요약이라고.
그래서 별호만 들어도 대충 알 수 있어. 어디 소속이고, 뭘 잘하고, 어떤 일로 알려졌는지.
이게 좀 재밌는 지점이야. 별호는 남들이 부르기 시작해야 별호가 돼.
강호에는 명부가 없잖아. 누가 뭘 했는지 적어두는 데가 없어. 그러니까 소문이 명부 노릇을 하는 거야. 여러 사람이 같은 이름으로 부르면 그게 굳어지고, 굳어지면 그게 그 사람 신분이 되지.
자기가 지어 대는 게 안 먹히는 이유가 이거야. 소문은 자기가 못 만들거든. 남들이 부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이름이어도 그냥 혼잣말이야.
붙으면 편할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아.
그래서 무협에는 별호를 싫어하는 인물이 꼭 나와.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화내는 장면, 이거 자주 나오지. 대개 사연이 있어.
별호는 작가한테 편한 도구야.
한 줄로 인물을 소개할 수 있고, 별호가 바뀌는 걸로 그 사람이 달라졌다는 걸 보여줄 수도 있어. 예전 별호로 부르는 사람이 나오면 그건 과거를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특히 마지막 게 잘 쓰여. 아무도 안 쓰는 옛 이름으로 부르는 인물이 등장하면 그때부터 이야기가 뒤로 파고들거든.
별호를 다 외울 필요는 없어. 나도 못 외워.
대신 별호가 나오면 이것만 봐. 그 이름이 칭찬이냐 욕이냐. 무협의 별호는 반쯤은 놀림에서 시작하는 것도 많거든. 그거 하나로 그 사람이 강호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가 보여.
이름은 부모가 주고 별호는 세상이 준다는 게, 나는 이 세계에서 제일 잔인하면서 정직한 규칙 같아.
별호가 잘 쓰인 이야기가 당기면 말해줘. 그런 결로 골라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