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사도 기분이 잠깐만 좋으시죠. 저도 그래요. 그리고 가게에서 그런 분들을 자주 봐요.
물건이 나쁘거나 취향이 안 맞은 게 아니에요. 원래 그렇게 되게 돼 있더라고요.
고르는 동안이 제일 재밌어요. 뭘 살까 비교하고 상상하는 그 시간이요.
그런데 사고 나면 그 시간이 끝나요. 상상할 게 없어지니까요. 물건은 그대로인데 재미의 원천이 사라진 거예요.
그래서 며칠 만에 시들해지는 건 물건 탓이 아니에요. 우리가 좋아했던 게 물건이 아니라 고르는 시간이었던 거예요.
새로 산 물건을 들고 오시는 분들을 보면 갈려요.
두 번째 분들이 좀 조용하세요. 사기 전에 기대했던 기분이 안 왔다는 걸 아시는 거죠. 그럴 때 표정이 묘해요. 실망도 아니고 후회도 아닌, 그냥 좀 심심한 얼굴이요.
저는 가게 물건을 자주 사요. 잔이나 소품 같은 거요.
그런데 사놓고 안 쓰는 게 쌓여서, 몇 년 전에 규칙을 하나 만들었어요. 사고 싶으면 일주일을 기다린다. 일주일 뒤에도 생각나면 사요.
절반은 생각이 안 나요. 그게 제일 놀라웠어요. 사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그날 뭔가 사고 싶었던 거였더라고요. 이건 절약 얘기가 아니라 제 기분에 대한 얘기예요.
새로 산 가방을 옆자리에 두시고 한 번도 안 보시더라고요. 예쁘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러시더라고요. 살 때가 제일 좋았다고요.
그러고는 요즘 그런 게 자주 있다고 하셨어요. 사는 순간만 잠깐 괜찮고 그다음은 똑같다고요. 그날 그분은 커피만 한 잔 드시고 오래 앉아 계셨어요.
사서 채우려던 게 뭐였는지, 그거 하나만 보면 대개 다른 답이 나와요.
오늘 뭔가 사고 싶으시면 일주일만 미뤄보세요. 그러고도 생각나면 그건 진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