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원두를 사 가셔도 됩니다. 오히려 저희는 그게 제일 반가워요.
그런데 파는 걸 알면서도 안 물어보고 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부담스러우실까 봐 오늘은 사는 방법만 적을게요.
이게 제일 정확한 방법이에요.
"오늘 마신 거 주세요." 이 한마디면 됩니다. 원두 이름을 외우실 필요도, 산미가 어떻고 설명하실 필요도 없어요. 저희는 손님이 뭘 드셨는지 기억하거든요.
반대로 제일 어려운 게 "맛있는 거 주세요"예요. 기준이 없으니까 저희도 찍어야 해요. 그렇게 나간 봉지가 제일 많이 실패해요.
봉지를 잘못 사 가시는 건 대개 이 셋을 안 맞춰서예요.
특히 첫 번째를 안 말씀하시면 굵기가 안 맞아서 집에서 이상하게 나와요. 원두가 나쁜 게 아니라 굵기가 안 맞은 건데, 손님은 원두를 탓하게 되죠. 그게 서로 손해예요.
크게 사시면 싸요. 그건 맞아요. 그런데 저는 작은 봉지를 권해드려요.
집에서 한 봉지를 다 드시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대부분 잘 모르세요. 큰 걸 사시면 뒤쪽 절반은 향이 빠진 상태로 드시게 돼요. 싸게 사서 맛없게 드시는 셈이에요.
저도 가게 원두를 넉넉히 들여놨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 배운 게 이거예요. 재고는 돈이 아니라 시간이더라고요.
원두를 사 가시면서 이거 어떻게 내리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종이에 적어드렸어요. 몇 스푼, 물 얼마, 몇 번에 나눠서.
다음 주에 오셔서 그 종이 사진을 보여주시더라고요. 냉장고에 붙여놓으셨대요. 그러고는 같은 원두를 또 사 가셨어요.
봉지만 팔면 한 번이고, 방법까지 드리면 계속 오세요. 이건 인심이 아니라 장사예요.
오늘 드신 커피가 맘에 드셨으면 그냥 물어보세요. 물어보시는 게 저희한테도 훨씬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