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한 분이 신간 한 권을 찾으셨습니다. 예약 대기가 열두 명이었어요. 번호를 걸겠느냐고 여쭸더니 그냥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면서 그러시더군요. 요즘은 다들 안 사고 빌린다는 얘기를 어디서 들었다고요.
제가 볼 수 있는 건 대기 번호뿐입니다. 어떤 책은 열두 명이 기다리고, 바로 옆 책은 몇 달째 그대로 꽂혀 있어요.
기다리는 쪽에 걸린 책들은 대체로 사람들이 이미 알고 온 책입니다. 어디선가 제목을 듣고 오시는 거죠. 그래서 대기는 길어지고, 그 옆의 책은 더 조용해집니다.
빌린 책은 돌려줘야 하니까 기간 안에 손이 갑니다. 산 책은 언제든 읽을 수 있어서 미뤄지죠. 저는 이 차이를 매일 봅니다.
대신 산 책은 곁에 남습니다. 몇 년 뒤에 다시 펴는 일은 대개 산 책에서 일어나더군요. 빌린 책은 잘 읽히고, 산 책은 오래 남는 겁니다.
책을 사서 기증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읽고 나서 곁에 두지 않기로 정한 책들이죠. 그 책들에는 대개 밑줄이 없고 아주 깨끗해요.
손에 쥐는 방식이 다르면, 남는 것도 다르다.
무엇이 좋은 방식인지는 제가 판단할 자리가 아니에요. 다만 두 가지를 다 쓰시는 분들이 눈에 띕니다.
빌려서 먼저 읽어보고, 남기고 싶은 책만 사서 곁에 두는 순서요. 그렇게 하시는 분들의 대출 기록은 어수선하지 않고 결이 있습니다.
빌린 책만 읽으면 서재가 안 생기고, 사기만 하면 안 읽은 책이 쌓입니다. 둘 다 겪어보신 분들은 자기 비율을 알고 계시더군요. 그 비율은 남이 정해줄 수가 없어요.
열두 명이 기다리는 책이 나한테 맞는 책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대기 번호는 인기의 표시지 나와의 관계는 아니니까요.
돌아가신 그분은 다음 주에 다른 책을 빌려 가셨습니다. 아무도 안 기다리던 책이었어요. 무엇을 곁에 둘지는 결국 내가 고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