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 칸에 있던 책이 없어져 있었습니다. 옆 책들이 기울어져 그 자리를 메우고 있더군요.
누가 빌려 간 게 아니었습니다. 목록에서도 빠져 있었죠.
이 얘기를 반납대에서 종종 합니다. 도서관은 책이 계속 쌓이기만 하는 곳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반대예요.
칸이 정해져 있습니다. 한 권을 올리려면 한 권을 내려야 하죠. 그래서 어느 도서관이든 주기적으로 책을 골라 내보냅니다. 이걸 제적이라고 부르더군요.
이건 검열이 아닙니다. 자리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용자 입장에서는 구분이 안 되죠. 있던 게 없어진 건 똑같으니까요.
기준은 도서관마다 조금씩 다릅니다만 대체로 비슷합니다.
세 번째가 제일 냉정합니다. 예전에는 맞았던 내용이 지금은 아닌 책이요. 그런 건 오래 두면 도움이 아니라 방해가 되니까요.
대출 기록만 보고 고르면 곤란한 일이 생깁니다. 저는 이게 늘 마음에 걸리더군요.
어떤 책은 몇 년에 한 번 나갑니다. 그런데 그 한 번이 그 사람에게는 결정적일 수 있죠. 통계는 그걸 못 봅니다. 숫자로 보면 그냥 안 나가는 책이니까요.
그래서 저희도 목록을 뽑아놓고 한 권씩 다시 봅니다. 기계가 고른 걸 사람이 한 번 더 거르는 거죠. 그래도 다 살리지는 못합니다.
아무도 찾지 않았다는 기록은, 필요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니다.
없어졌다고 다 버리는 건 아닙니다. 이건 알아두시면 좋겠군요.
보존 서고로 내려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가에는 없지만 요청하면 꺼내 드릴 수 있죠. 다른 도서관으로 보내기도 하고, 나눔 행사에 내놓기도 합니다. 상태가 나쁜 것만 실제로 폐기합니다.
그러니 서가에 없다고 포기하지 마시고 한 번 물어보세요. 찾는 책이 안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저희는 대개 그 자리에서 확인해 드립니다.
이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습니다. 책이 없어진 걸 알아채는 분은 아주 적습니다.
대부분은 안 찾으니까 모르죠. 알아채는 분은 그 책을 여러 번 보러 오셨던 분입니다. 손이 그 칸을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없어진 책을 묻는 분을 만나면 저는 조금 반갑습니다. 그 책에 남은 마지막 독자니까요. 목록에서는 빠졌어도 그분 안에서는 아직 안 빠진 겁니다.
기울어진 그 칸을 저는 한동안 그냥 뒀습니다. 새 책을 밀어 넣기가 좀 그렇더군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내릴지는 사실 서가가 정하는 게 아닙니다. 찾는 사람이 있느냐로 정해지죠. 그러니 없어진 걸 알아채셨다면 그 책은 아직 완전히 내려간 게 아닙니다.
제목만 말해줘요. 어디로 갔는지 정도는 찾아보죠. 안 나오면 다시 들여올 수 있는지도 같이 봐드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