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정보를 보다가 가입일이 생일과 같은 분을 봤습니다. 그날 도서관에 오셔서 회원증을 만드신 거죠.
그리고 그 날짜가 다시 돌아온 날에도 늘 앉던 자리에 계셨어요.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어릴 때는 생일이 큰일이었죠. 나이가 들면서 그 크기가 줄어드는 건 대부분 겪는 일입니다.
그런데 줄어든 걸 스스로 이상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있어요. 남들은 다 즐거워 보이는데 나만 무덤덤한 것 같아서요.
어릴 때의 생일은 누군가 준비해 준 날이었습니다. 나는 기다리기만 하면 됐고요.
이제는 아무도 준비해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기대가 없는 게 아니라 기대할 대상이 없어진 거예요. 그 둘은 좀 다르죠.
기다리기만 하는 자에게 오는 날은 점점 줄어든다. 만드는 자에게는 늘어난다.
연락이 몇 개 왔는지 세게 되면 그날이 시험이 됩니다. 그러면 뭘 해도 조금씩 아쉬워요.
세는 걸 그만두면 그 서운함이 사라지더군요. 대신 내가 뭘 할지 정해두면 됩니다. 기준이 남에서 나로 옮겨오는 거죠.
그날 하고 싶은 걸 하나만 정하시면 됩니다. 가고 싶었던 데를 가거나, 미뤄둔 걸 하나 하거나요.
저는 그날 읽으려고 아껴둔 책을 한 권 두는 편이에요. 별것 아닌데 그 하루에 표시가 하나 생깁니다.
그날 그분께 아무 말도 안 한 건 지금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알은척을 반가워하지 않는 분도 있으니까요. 축하가 늘 반가운 건 아니더군요.
남이 해주는 축하만 축하는 아닙니다. 내가 한 해를 지나온 걸 아는 사람은 나뿐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무덤덤한 채로 지나가도 괜찮고, 뭔가 정해두셔도 좋습니다. 그날을 어떤 날로 만들지는 이제 내가 정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