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할 거라며 제일 비싼 봉지를 집으신 손님이 계셨어요. 그러다 저한테 물으시더라고요. 이거면 되겠냐고요.
받으실 분이 커피를 어떻게 내려 드시는지 여쭤봤더니, 그건 모르신다고 하셨어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해드릴게요.
원두는 좋은 걸 고르는 게 아니라 그 사람 도구에 맞는 걸 고르는 거예요.
집에 분쇄기가 없는 분한테 통원두를 드리면 못 쓰세요. 캡슐 기계만 쓰시는 분한테는 아예 안 맞고요. 이게 제일 흔한 실패예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여쭤봐요. 받으실 분이 집에서 커피를 내려 드시는지, 아니면 사 드시는지요. 이 하나만 알아도 절반은 정해집니다.
받으실 분한테 물어보기 어려운 상황도 있잖아요. 그럴 땐 이렇게 하시면 돼요.
통원두를 권해드리는 건 갈아둔 건 쓸 데가 정해져 있는데 통원두는 갈아서 쓰면 되기 때문이에요. 분쇄기가 없으시면 카페에 들고 가서 갈아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배전을 중간으로 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아주 약하게 볶은 건 취향을 많이 타요. 좋아하시면 크게 좋아하시는데 아니면 반도 못 드세요.
이게 의외로 중요해요. 원두는 시간이 가면 향이 빠져요.
혼자 사시는 분이 오백 그램을 받으면 다 못 드시고 남깁니다. 남은 걸 보면서 미안해하시게 돼요. 선물이 부담이 되는 거예요.
작은 걸로 두 가지를 드리는 게 훨씬 나아요. 비교해서 드실 수 있고, 다 드시기도 좋고요. 값도 크게 차이 안 나요.
제일 비싼 봉지는 대개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만든 거예요. 향이 강하고 개성이 뚜렷해서, 커피를 오래 드신 분들이 재밌어하시는 것들이에요.
처음 받으시는 분한테는 그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상한 맛이 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값을 쓰고도 못 드시게 되면 제일 아까워요.
좋은 걸 주는 것과 맞는 걸 주는 건 달라요. 선물은 뒤엣것이 더 어려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원두가 답이 아닐 때도 있어요.
받으실 분이 집에서 커피를 안 내려 드시면 원두는 짐이에요. 그럴 땐 드립백이 나아요. 뜯어서 컵에 걸치기만 하면 되니까요. 사무실에 두고 드시기도 좋고요.
기계도 있고 원두도 잘 사 드시는 분이면, 오히려 잔이나 저울 같은 게 나을 때도 있어요. 원두는 본인 취향이 확실하셔서 남이 골라주기가 어렵거든요.
그날 그 손님은 이백 그램 두 봉지로 바꿔 가셨어요. 중간 배전으로 하나, 조금 더 진한 걸로 하나요.
원두 파는 데서 선물이라고 말씀하시면 대개 잘 골라드려요. 누구한테 주실 건지, 그분이 어떻게 드시는지만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거 물어보시는 게 하나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