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실 한 줄을 지나다가 세어본 적이 있습니다. 열두 자리 중에 사람이 앉아 있는 건 두 자리였습니다.
나머지 열 자리에는 가방과 겉옷과 텀블러가 있었죠. 물건은 다 있는데 사람만 없더군요.
이 얘기가 여기서만 나오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 뉴스에서도 나오고, 옆 동 이웃도 아이가 자리를 못 잡아서 그냥 돌아왔다고 하더군요.
저는 왜 이렇게 됐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이 건물 안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매일 봅니다. 그것만 적어두죠.
몇 년 보다 보니 놓고 가는 물건에 순서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가방이 있으면 아무도 안 건드리더군요. 물건이 클수록 그 자리의 주인이 더 확실해 보이니까요. 그래서 값이 나가는 물건일수록 오래 자리를 잡아둡니다. 이상한 셈법이죠.
제일 오래 남은 장면은 따로 있죠. 빈자리 앞에 서서 한참 망설이다가 그냥 나가시는 분들입니다.
앉으려면 남의 물건을 옆으로 밀어야 합니다. 그건 사실상 시비를 거는 동작이 되지요. 그래서 대개 아무 말도 안 하고 돌아섭니다. 무엇이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저한테 항의하러 오시는 분도 거의 없습니다.
한 분이 반납대에서 지나가듯 말씀하셨습니다. 따지면 자기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요. 그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 규칙이, 가장 오래 남는 규칙이 된다.
저희도 안내는 하죠. 오래 비운 자리는 정리한다고 붙여두었죠.
그런데 실제로 치우려면 몇 시간을 비웠는지 누군가 세고 있어야 합니다. 세는 사람이 없으면 규칙은 종이에만 남겠죠. 그리고 치우고 나면 대개 한바탕 일이 납니다.
그래서 저녁마다 그 줄을 지나가면서도 저는 대개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게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게 어디까지인지는 압니다.
사람들이 각박해졌다는 얘기로 정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말할 자리가 아니죠.
제가 아는 건 이 정도입니다. 앉을 자리가 모자라고, 자리를 잃으면 그날 하루가 어그러지고, 그러니 다들 미리 잡아둡니다. 물건을 놓고 가는 사람도 자기 자리를 지키려는 것이지 남의 자리를 뺏으려는 건 아닐 겁니다.
모자란 것을 나눠 쓸 때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가 여기서 보이는 것뿐이겠지요. 도서관이 유독 각박한 곳이어서가 아니라요.
빈자리 앞에서 망설이다 그냥 나가신 분들 말입니다.
그분들은 아무것도 못 한 게 아니라 남의 물건에 손을 안 대기로 정한 거겠죠. 그건 소극적인 것과 다릅니다. 규칙이 없는 자리에서 스스로 선을 하나 그은 것이니까요.
여기는 내일도 같은 시간에 엽니다. 아침 일찍 오시면 자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자리를 못 잡고 돌아가신 날에도, 돌아간 쪽이 잘못한 건 아니라는 말씀은 드리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