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관 뒤 텅 빈 도서관에 혼자 있는 걸 저는 좋아해요. 이 말을 하면 사람들이 종종 걱정스러운 눈으로 봐요. 외롭지 않냐고요. 혼자가 편하다는 사람에게 세상은 자주 "왜 그러냐"고 묻더군요.
그런데 저는 되묻고 싶어요. 혼자가 편한 게 정말 이상한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고독을 결핍이라고만 배운 걸까요.
이 둘은 자주 뭉뚱그려지는데, 사실 정반대입니다. 외로움은 연결이 끊겨서 아픈 거예요. 고독은 스스로 물러나 자기와 만나는 거고요. 하나는 당하는 것이고, 하나는 택하는 거죠.
혼자가 편하다는 건 대개 후자죠. 사람들 속에서 나를 계속 맞춰 쓰다가, 혼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로 돌아오는 감각. 그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를 지킬 줄 안다는 신호죠.
그대는 고독 속으로 달아나려는가, 아니면 고독 속으로 나아가려는가. 홀로 설 수 있는 자만이 다시 남에게 갈 수 있다.
깊이 생각하는 것, 진짜 원하는 걸 알아채는 것, 무너진 걸 다시 세우는 것. 이런 일은 대개 혼자일 때 일어나요. 사람들 속에선 자꾸 반응하느라 나를 들여다볼 틈이 없거든요.
그래서 고독은 결핍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자기와 만나기 위한 최소한의 자리. 그 자리를 확보할 줄 아는 사람은, 오히려 남에게 갈 때도 더 단단하게 갑니다. 채워진 채로 가니까요.
그러니 혼자가 편한 걸 고치려 하지 마세요. 다만 그 시간을 도망이 아니라 채움으로 쓰면 돼요. 멍하니 흘려보내는 혼자와, 나와 만나는 혼자는 다르거든요.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과 만나는지가 그 고독의 질을 정해요. 좋아하는 것, 오래 미룬 생각,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 고독을 억지로 견디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나를 만드는 거예요. 혼자가 편한 건 이상한 게 아니라, 나를 지을 자리를 이미 가졌다는 뜻이에요.